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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관 40명이 ‘신분을 숨긴 채’ 범죄자 검거 및 피해자 구출에 나선다

수사와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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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Getty Images, 한겨레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24일부터 40명의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관이 에스엔에스(SNS)·랜덤채팅방·메신저 등에서 신분을 숨긴 채 디지털 성착취 범죄자 검거 및 피해자 구출에 나선다.

이전과 달리 수사관이 가상의 신분증으로 위장해 수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입구’ 역할을 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도 강화된다. 텔레그램 엔(n)번방 등 디지털 성착취에 대한 사회적 공분 속에 올 초 대거 국회 문턱을 넘었던 관련 법안의 효력이 추석을 기점으로 현실화한다.

 

가상 학생증·사원증으로 위장수사 가능해져

사법경찰관리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하여 신분을 비공개하고 범죄현장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해 범죄행위의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다.(신분비공개수사·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사법경찰관리는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 그 범죄를 저지하거나 범죄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신분위장수사·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수사 특례규정은 24일부터 시행된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나, 에스엔에스(SNS)·랜던채팅앱 등의 익명성 뒤에서 암약해온 디지털 성범죄를 선제적으로 감시한다는 취지다.

가장 큰 차이는 ‘신분위장 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통상 ‘위장수사’로 불리는 수사기법은 크게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범죄 증거를 수집하는 ‘신분비공개 수사’와 신분증까지 따로 마련해 가상의 인물로 꾸며 범죄행위에 접근하는 ‘신분위장 수사’ 두 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신분비공개 수사 등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 신분위장 수사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학생증·사원증 등 가상의 신분증을 만들어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신분증 등을 요구한 뒤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성착취물에 접근할 권한을 줬던 ‘박사방’ 같은 유형의 수사도 이전보다 용이해진 것이다.

 

위장수사 때는 법원 허가받아야… 40명 전담 수사관 투입 준비 마쳐

경찰청은 이미 40명의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을 24일부터 위장수사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전국 시도 경찰청에서 추천받은 수사관 4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10일 충남 아산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위장수사 개념·절차, 온라인 그루밍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위장수사가 활성화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수사담당관이 화상으로 교육에 참여해 수사관들에게 미국 사례와 절차상 유의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에 선발된 40명의 수사관 외에도 소속 부서장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수사관을 지정해 위장수사에 투입하는 등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예정이다.

다만 ‘기망’을 포함한 수사기법엔 인권침해 우려도 있어 신분비공개 수사나 위장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찰 상부나 사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신분비공개 수사를 할 때는 사전에 상급 경찰관 수사부서의 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고, 수사 기간은 3개월을 넘길 수 없다. 신분위장 수사의 요건은 더 까다롭다. 다른 수사기법으로는 범인의 체포 등 수사가 어려운 상황일 때, 검사의 청구를 거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법원의 허가 없이 신분위장 수사를 진행한 뒤, 사후적으로 48시간 안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처벌 어려웠던 ‘온라인 그루밍’도 추석 지나면 최대 징역 3년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아동·청소년이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

에스엔에스(SNS)나 채팅앱으로 형성한 신뢰관계로 피해자를 성범죄로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는 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아동·청소년의 ‘성 구매’를 목적으로 한 유인·권유만 처벌할 수 있었고, 정보통신망에서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대화하는 행위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24일부터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로도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성범죄로 유인하는 길목의 ‘입구’부터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성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권유·유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었으나, 24일부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높아졌다.

최종상 과장은 “박사방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그루밍으로 유인된 청소년들은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성착취에 내몰리곤 한다. 이번에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처벌의 핵심은 단순히 범인을 붙잡는 것을 넘어서 이런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을 선제로 구출하고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ab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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