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의 정보를 임의로 공개해온 누리집 ‘디지털교도소’가 ‘성착취물 구매를 시도했다’며 한 대학교수의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를 올렸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이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이 누리집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한 대학생이 결백을 호소하며 숨진 가운데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서 위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죽을 준비해. 죽어 제발.” 채정호(59)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저주와 욕설이 담긴 문자를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는다. 그나마 최근엔 꽤 줄어든 것이다. 지난 6월 하순 디지털교도소는 ‘위장 판매자에게 접근해 엔(n)번방 자료 등을 구매하려 했다’며 채 교수의 휴대전화 번호, 사진, 직장 등 신상정보를 누리집에 올렸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그를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욕설 문자에 강의 중단 요구도
채 교수가 “사실무근”이라고 항의했지만 교도소 쪽은 캡처된 대화내용 등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그 뒤 10분에 한번 꼴로 채 교수는 모르는 이들의 전화를 받았고, 하루에도 수백 통의 욕설 문자를 받았다. 그가 입길에 오르자 학회에선 ‘비윤리적인 의사’라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강의 중단까지 요구했다. 채 교수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치료했던 환자가 ‘믿을 사람 하나 없다’며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울분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채 교수가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뒤 진실은 일부나마 밝혀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지난달 3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경찰은 채 교수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분석)한 결과 “삭제된 데이터를 포함해 채 교수의 휴대전화에서는 디지털교도소에 게재된 것과 같은 대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가 게시한 대화 내용이 적어도 채 교수가 사용중인 휴대전화에서 작성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경찰은 또 “휴대전화에서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보이거나 성착취물을 구매하려는 것으로 의심할만한 대화, 사진, 영상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