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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8일 16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18일 16시 30분 KST

드라마 'SKY캐슬'과 서울대 난방중단 사태

새로운 미래는 캐슬 밖에서 만들어진다.

김주영은 악마화된 사교육의 모습을 드러낸다 ⓒJTBC스카이캐슬

전적으로 믿고 싶은 이유

드라마 <SKY캐슬>은 참 많은 유행어들을 남겼어.

그 중 한가지.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 대사 기억해? 악마화 된 사교육의 모습을 적나라히 드러내는 김주영 입시코디(김서형 역)는 공부를 가르치는 역할 뿐 아니라, 아이의 자율활동, 정신건강도 관리하고, 심지어 가정문제에까지 간섭하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 드라마가 많은 호응을 끄는 건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야. 스카이캐슬 방영 이후 강남지역 학원가에서 입시 코디가 실존하는지 컨설팅 문의가 빗발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던 거 기억해? 극중 예서가 방에 두고 들어갔던 스터디 큐브는 백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폭주했다고 해.

우리가 입시 공부에 목매고, 사교육에 굉장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건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야. 우리나라는 수능시험일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는 나라니까.

작년에도 수능 국어영역 31번 문항이 굉장한 이슈였지. 국어교사들조차 맞출 수 없는 문제였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더 이상 수능이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릴 능력이 없다는 것 아닐까? 모든 학생들이 수능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억지로라도 난이도를 올리다가 결국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 올려버린거지.

올해 수능도 불수능일까? 무슨 학원에 보내야할까. 국어영역 31번 같은 정신 나간 문제가 또 나와도 틀리지 않게 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하지만 어떤 학원을 보내도 안심할 수 없어. 모두가 열심히 했던 것처럼, 똑같이 모두가 사교육을 받고 있을테니까. 다같이 열심히 노력하는 곳에서 그저 열심히 한다는건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더는 충분조건이 못 돼. 학생들간의 노력 경쟁은 곧 부모의 정보력 경쟁으로 확장돼.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화제가 된 저 대사는 아무 걱정없이 자녀를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은 모든 부모의 기대와 환상을 압축한 대사가 되는거지.

견고해지는 스카이 캐슬

16년 서울대학교에서 유은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 일반고 출신의 비율은 10년 사이에 77%에서 46%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나머지 44%는 전부 특목고,외고 출신의 학생들이야. 전국의 고등학교 중 일반고가 무려 86.2% 비율인걸 감안하면 특목고, 외고, 자사고를 나오지 않고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반증이 되는거지.

대학입시 경쟁이 고등학교 입시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은, 열넷부터 열여섯까지의 중학생 나이에 사실상 대학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초등학교때 사교육은 물론 아이의 능력보다 선행되는 부모의 지속적인 케어와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는 것 아닐까?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지급을 위해 대학생들의 경제적 형편을 조사해. 1순위(기초생활수급자)에서 10순위(고소득층 자녀)로 구분하는데, sky대학생 중 9분위, 10분위의 비율이 46%나 된대.(더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발표) 그중 제일 잘사는 10분위(30%)는 9분위(16%)의 두배 가까이 높아. 반면 sky가 아닌 대학생 중 9분위 10분위의 비율은 각각 13%, 12%에 불과해.

sky합격자 중 수도권 서울 쏠림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중에서도 사교육 특구인 강남구와 양천구의 비율이 도드라진다고 해(31%) 비수도권 학생도 균형있게 뽑겠다는 취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얼핏 ‘가난하지만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을 뽑을 것 같은 이름이지만 중앙일보와 임성호 대표(종로학원하늘교육)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전형도 역시 ”대부분 변호사, 의사, 약사등 그 지역 유지의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고 해.

드라마 <sky 캐슬>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드라마가 교육 신화를 배신하고 있기 때문이야. IMF 이후 한국 드라마는 개천의 용이 사시를 패스해 서민 여성과 결혼한다는 전형적인 교육 신화의 공식을 따라왔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공식은 인기를 끌 수 없게 됐어. 사실 이제 국민적 정서는 교육이 신분 상승 시켜준다는 전설보다는, 교육이 계층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현실에 더 가까워. <sky캐슬>에는 개천의 용이 없지. 교육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며 싸우는 사람은 없고, 대신 “3대째 의사 가문 만들겠다”는 식의 교육으로 계층을 대물림하려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와.

그들이 미래가 아닌 이유

얼마 전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인터넷이 시끌벅적 했었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작년 3월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거든. 하지만 서울대는 이들에게 정규직 처우로 개선해주지는 않고, 오히려 일년이 지나도록 정규직 전환 이전의 용역보다 못한 임금과 복지수당만 지급했어. 결국 파업이 일어난거야.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도서관 난방을 끊었는데, 이때 (일부)서울대생들이 보인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어.

파업으로 난방이 중단된 후 서울대에 붙은 대자보 ⓒ서울대학교대나무숲(페이스북)

″을이면서 을한테 갑질하지 마세요.”

″학생을 인질로 삼고 파업하지 마세요.”

심지어 대자보 아래에는 ”가정부가 보일러실 점거하고 집주인 행세 하려는 꼴.”이라는 낙서까지 적혀있었어.

서울대씩이나 다니는 학생들이 이 정도로 감수성이 없는걸까?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월 백만원씩 손해보면서 일하고 있다는 차가운 사실보다 당장 도서관 온도가 17도라서 추워졌다는게 더 불편한걸까?

열 네살 무렵부터 부모가 시키는대로 군말없이 교육 받으며, 부모님이 긴장하면서 건강 챙기랴 학원 보내주랴, 갖은 챙김과 보호 속에 자란 학생들이 커서 스카이생들이 된 것을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 일일 수도 있어. 어릴 적부터 남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보다 내가 편하게 앉을 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믿도록 훈련되어 왔을테니까.

파업은 하더라도 도서관은 건드리지 말아야한다는 말은,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대학생들의 학습권을 공격한다는 뜻인데, 그렇게까지 침해받지 않고 보호돼야 하는 학습이란게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바로 보기 위한 배움의 종류가 아니라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야.

우리는 개천용 교육 신화만 통쾌하게 배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학등급에 리스펙을 던지는 문화로부터도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 대학등급을 조국의 미래 따위의 것으로 올려다볼 게 아니라 계층의 부산물 같은것으로 봐야해. 부모가 주남대 교수니까 들어가서 사는 스카이 캐슬 같은거지. 바깥이 헬조선이든 뭐든 별 관심없는.

그래서 그들이 만드는 조국의 미래 같은건 없다고 보는 게 맞아. 어제의 반복만 있을 뿐이지. 새로운 미래는 아마도 캐슬 밖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