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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화장품 판매자들 ‘사복’ 입고 일하는 까닭은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쓰고 있다.

ⓒ한겨레

“선글라스 준비 완료. 투쟁만 남았습니다.”

‘풀메이크업’에 단정한 유니폼을 차려입고 손님을 맞이하던 전국 50여곳 백화점의 유명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이 ‘사복투쟁’에 나섰다.

‘크리니크’ ‘에스티로더’ 등 브랜드 화장품을 수입하는 엘카코리아 노동조합과 ‘샤넬’ 화장품을 판매하는 샤넬코리아 노조 조합원 1300여명은 지난달 30일부터 회사에서 지정해준 복장을 거부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조합원들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유니폼이 없는 경우는 선글라스를 끼거나 모자를 쓰고 일하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집단적 복장 항명’에 나선 까닭은 뭘까?

노조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고강도·저임금의 노동환경을 사태의 뿌리로 지목한다. 먼저 회사 쪽이 매장 개장·마감시간에 근무자를 한 명만 두는 시차근무를 강제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노동 강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졌다고 한다.

이성미 엘카코리아노조 사무국장은 “매장 개장과 마감을 담당하는 직원 1명이 청소, 재고·매출 확인 등의 업무까지 맡는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 노동자에게 강요돼 온 엄격한 용모 규정에 대한 불만도 팽배한 상태다.

업무 시간 이전에 출근해 업체 신제품으로 ‘풀메이크업’을 해야하는 건 물론, 신제품 컨셉에 맞는 머리 스타일과 엑세서리까지 한 뒤 본사에 사진을 전송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김소연 샤넬노조 위원장은 “항상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고 매니큐어를 발라야 한다. 밤늦게 퇴근해도 손톱 손질을 하고 자야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이들의 임금은 기본급과 판매 인센티브, 추가근무 수당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본사가 최저임금 상승률만큼의 기본급 인상을 해주지 않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신입사원과 5년 이상 경력 직원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이 7.1~16.4% 올랐지만, 두 회사 모두 기본급 인상률은 2~3%대에 그치다 보니, 이런 임금 역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두 노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사와 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전국 50여개 백화점 매장에서 저녁 6시부터 백화점 폐점 때까지 업무를 중단하는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러고도 회사의 별다른 반응이 없어 투쟁의 수위를 높인 것이 사복투쟁이다.

엘카코리아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합의점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노사 합의에 이를 때까지 적극적으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는 “회사가 우리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니 우리도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더 강한 투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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