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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슈퍼 화요일' 전망 : 누가 대세를 잡을 것인가?

올해 민주당 경선의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하루가 다가왔다.

  • 허완
  • 입력 2020.03.04 09:07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 마이클 블룸버그, 엘리자베스 워렌의 대결로 좁혀졌다.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3일(현지시각) '슈퍼 화요일'에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357명의 대의원이 달려 있다.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 마이클 블룸버그, 엘리자베스 워렌의 대결로 좁혀졌다.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3일(현지시각) '슈퍼 화요일'에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357명의 대의원이 달려 있다. ⓒMario Tama via Getty Images

2020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을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3일(현지시각)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하게 된다.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로 불리는 이날 하루에만 14개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투표가 실시되고, 해외에 거주하는 민주당원들도 이날부터 투표에 돌입한다.

민주당 경선은 기본적으로 전체 3979명의 대의원(pledged delegates) 중 과반 이상인 1991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과반 이상을 획득하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각 후보자는 경선이 실시되는 주에서 최소 15%를 득표해야 대의원을 한 명이라도 확보할 수 있으며, 득표율에 따라 주마다 배정된 대의원을 나눠갖게 된다.

 

민주당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산타모니카, 캘리포니아주. 2020년 3월3일.
민주당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산타모니카, 캘리포니아주. 2020년 3월3일. ⓒMARK RALSTON via Getty Images

 

‘슈퍼 화요일’의 의미

‘슈퍼 화요일’에는 가장 많은 대의원이 배정된 캘리포니아주(415명)를 비롯해 텍사스(228명), 노스캐롤라이나(110명) 등 총 1357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다. 전체의 3분의 1이자 지금까지 경선이 치러진 네 개 주(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배정된 대의원 155명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까지 대의원을 한 명이라도 확보한 후보는 총 다섯 명이다. 그 중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이 하차를 선언했다.

대신 지난해 11월말 뒤늦게 뛰어든 이후 막대한 재산을 선거운동에 쏟아부으며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부터 경선에 참여하게 된다.

이로써 진보(샌더스·워렌)와 중도(바이든·블룸버그)를 대표하는 총 네 명의 후보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의원을 아직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도 여전히 후보로 뛰고 있기는 하다.)

 

피트 부티지지에 이어 또다른 '중도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오른쪽)는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에서 하차했다. 이로써 민주당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는 바이든과 마이클 블룸버그로 압축됐다.
피트 부티지지에 이어 또다른 '중도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오른쪽)는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에서 하차했다. 이로써 민주당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는 바이든과 마이클 블룸버그로 압축됐다. ⓒWin McNamee via Getty Images

 

지금까지의 민주당 경선 판세

초반 흐름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젊은층과 히스패닉, 진보층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뉴햄프셔와 네바다에서 승리하며 총 6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2월 초부터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중도진영을 대표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첫 세 개 주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부진했다. 경선 하차설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30%p 가까운 격차로 2위 샌더스를 따돌리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이 지역 대의원 54명 중 39명을 싹쓸이하며 총 54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것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부티지지(총 26명 확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끝난 후 하차를 선언했고, 뉴햄프셔에서 ‘깜짝’ 3위를 기록했던 클로버샤도 ‘슈퍼 화요일’ 하루 전인 2일 경선에서 하차했다. 두 후보는 모두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밖에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아이오와에서만 8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슈퍼 화요일’ 전망

후보들의 사퇴로 선거 구도가 한결 좁혀진 채로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 경선은 앞으로의 경선 판세를 크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눈 여겨 볼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 바이든이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지지율을 고스란히 끌어올 것인가?

▲ 샌더스는 우위를 지킬 수 있을까?

▲ TV광고나 여론조사가 아닌 블룸버그의 ‘진짜 실력’은?

간단히 하나씩 살펴보자.

 

조 바이든이 경선 하차 후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피트 부티지지와 함께 유세장에 들어서고 있다. 댈러스, 텍사스주. 2020년 3월2일.
조 바이든이 경선 하차 후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피트 부티지지와 함께 유세장에 들어서고 있다. 댈러스, 텍사스주. 2020년 3월2일. ⓒElizabeth Frantz / Reuters

 

바이든 : ‘중도 후보 단일화’ 효과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바이든으로서는 충분히 득표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놓고 경쟁하던 부티지지와 클로버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두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오는 게 관건이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가정이기는 하지만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지지율을 고스란히 합할 경우, 바이든은 최소 10%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샌더스를 바짝 추격하거나 추월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로이터는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경선 하차로 어떤 후보가 이득을 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 후보들에 대한 지지표가 곧바로 바이든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부티지지 하차 직전 실시된 모닝컨설턴트 여론조사를 보면, 부티지지 지지자 중 21%가 샌더스를 2순위 후보로 꼽았다. 바이든을 2순위로 꼽은 이들은 19%, 워렌과 블룸버그는 각각 19%와 17%였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클로버샤 지지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21%가 부티지지를, 17%가 바이든을 2순위 후보로 꼽았다. 그 다음은 워렌(17%), 블룸버그(14%), 샌더스(11%)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상당수 민주당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이념보다는 트럼프를 꺾을 후보, 즉 ‘당선 가능성(electablity)’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지금까지 총 열 번의 TV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경쟁자들의 공격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성’을 끌어올리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과연 트럼프와의 토론에서 버틸 수 있겠냐는 우려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 이후 각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건 분명 그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바이든 캠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직후 하루 모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1000만달러 넘는 선거자금을 모았다. 

여론조사와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세인트폴, 미네소타주. 2020년 3월2일.
여론조사와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세인트폴, 미네소타주. 2020년 3월2일. ⓒASSOCIATED PRESS

 

샌더스 : 압도적 1위는 아니다 

샌더스는 2월 중순부터 꾸준히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왔으며, ‘슈퍼 화요일’에도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장 많은 대의원이 달려있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다음으로 대의원이 많은 텍사스에서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그밖에도 샌더스는 버지니아, 콜로라도, 유타,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등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클로버샤의 지역구였던 미네소타에서도 샌더스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는 워렌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에서도 워렌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샌더스 경선캠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직후 465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를 뺀 나머지 후보들이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샌더스 캠프는 소액기부를 통해 상당한 선거자금을 모은 덕분에 일찌감치 14개주에서 선거광고 등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다만 샌더스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로서는 다른 후보들이 모두 15% 이하의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게 가장 유리하다. 해당 주에 배정된 대의원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이나 블룸버그, 워렌이 패배하더라도 세 후보 모두 15% 이상을 얻는다면 샌더스가 가져갈 수 있는 대의원수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진보 색채가 강한 캘리포니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416명의 대의원을 한꺼번에 확보한다면 샌더스는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선거운동 도중 커피를 마시고 있다. 마이애미, 플로리다주. 2020년 3월3일.
마이클 블룸버그가 선거운동 도중 커피를 마시고 있다. 마이애미, 플로리다주. 2020년 3월3일. ⓒJoe Raedle via Getty Images

 

블룸버그 : 돈을 쏟아부은 보람이 있을까?

블룸버그가 이번 경선에서 선거운동에 쏟아부은 돈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너무 늦게 출마를 선언한 탓에 초기 경선에 나설 수 없었던 블룸버그는 이번 ‘슈퍼 화요일‘에 본격적인 ‘데뷔전’을 갖게 된다. 

블룸버그는 다른 후보들이 첫 네 개 주 경선에 힘을 쏟는 동안 14개주를 훑으며 선거운동을 집중해왔다. 막대한 돈을 선거광고 등에 쏟아부었고, 가장 많은 규모의 인력을 채용해 전국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 덕분에 지지율이 급등하기는 했지만 이번이 사실상 첫 번째 ‘실전 테스트’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는 처음으로 참가한 최근 두 번의 TV토론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워렌은 그의 회사에서 벌어진 여성 직원에 대한 성폭력 의혹, 피해자들과 맺은 ‘비밀유지 협약’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바이든을 비롯한 후보들은 뉴욕시장 재임 시절 논란이 컸던 ‘스탑 앤 프리스크(Stop and Frisk)’ 정책, 과거 공화당 후보 지지 이력 등을 끄집어냈다.

두 번의 토론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블룸버그의 지지율은 다소 정체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주요 지역에서 그는 3위권을 유지하며 바이든을 추격하는 중이다. 이번 ‘슈퍼 화요일’에 처음으로 경선에 참여하는 만큼,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이 얼마만큼 실제 득표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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