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의 격차를 벌리며 대선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섰다. 벌어진 격차와 남은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제 샌더스로서는 사실상 추격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10일(현지시각) 경선이 치러진 6개주 중 4개주(미시간, 미시시피, 아이다호)에서 샌더스를 꺾었다. 바이든은 지난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를 쓸어담으며 완벽하게 부활한 데 이어 총 352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이날 경선에서 샌더스를 압도하면서 대의원수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됐다.
특히 12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되어 있는 미시간에서 바이든은 16%p(개표 91% 기준)차로 비교적 쉽게 승리했다.
쇠락한 공업지대를 지칭하는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이곳은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던 지역이다.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불과 1만여표차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던 곳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최근 다른 지역의 일정을 취소해가면서까지 이곳에서 선거운동을 집중하며 회심의 반전을 노렸지만 흑인과 여성, 교외지역, 중도 유권자들을 아우르는 지지층을 구축한 바이든을 넘어서지 못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미시간에서 노조 조합원과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샌더스는 30세 이하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각 지역의 전체 경선 참여인원 중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바이든은 미시시피(전체 대의원수 36명)와 미주리(68명)에서도 각각 80%와 60%에 달하는 득표율로 샌더스를 손쉽게 따돌렸다. 특히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 비중이 높은 미시시피에서 흑인 유권자표의 80%가량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아이다호(20명)에서도 6%p차로 승리했다.
″버니 샌더스와 그 지지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함께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것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에 나선 바이든이 말했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이라고 해도 좋을 말이었다.
반면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진 샌더스는 이례적으로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별도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경선은 본격적인 바이든과 샌더스의 맞대결로 치러진 첫 번째 경선이었다. 서로의 표를 잠식하며 경쟁하던 중도 성향의 후보들이 ‘슈퍼 화요일’을 전후해 줄줄이 사퇴하며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또 다른 진보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렌은 경선에서 사퇴하면서 따로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6월까지 아직 경선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샌더스의 추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아있는 지역 중 두 번째로 많은 대의원이 걸려있는 플로리다(219명) 경선이 다음주(17일)에 마무리되면 레이스는 바이든의 승리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플로리다에서 바이든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플로리다를 포함해 같은 날 경선이 치러지는 일리노이, 오하이오, 애리조나는 모두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에게 내줬던 지역이기도 하다.
경선 구도가 두 사람의 대결로 정리된 이후 실시된 각종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20%p 가량의 격차로 샌더스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최대 슈퍼PAC인 ‘Priorities USA Action’을 이끌고 있는 가이 세실은 ”이제 계산은 분명하다”며 사실상 경선 종료를 선언했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다.” 그가 트위터에 적었다.
또 다른 슈퍼PAC ‘아메리칸브릿지’도 바이든을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언하며 ”대선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한편 샌더스는 1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될 TV토론에는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라고 그의 측근들은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청중 없이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