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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통합당 빼고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한 명분 : '일하는 국회'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헌정 사상 초유'의 파행을 겪었다.

  • 허완
  • 입력 2020.06.16 09:53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제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제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미래통합당을 빼고 상임위원장 일부 선출을 강행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초반부터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제1야당이 불참한 채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것은 196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엔 야당이 아예 국회에 등록하지 않아 국회법상으론 교섭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말 그대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둘러싸고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우려와 ‘일하는 국회’를 향한 기대가 함께 뒤섞였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법으로 정한 국회 개원일이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다. 코로나19 위기, 남북관계 위기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여야가 법사위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자 박 의장이 ‘상임위 강제 배정’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모든 상임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하고 ‘일하는 국회’를 부각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는 모양새가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실제로 상임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통합당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여론이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장 내일부터 가능한 상임위를 모두 돌린다.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임위도 간사를 선출하고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등 뭐든지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검찰개혁에 동력을 얻게 됐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처리한 민주당은 이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 입법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상원 상임위’를 확보했다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이 공언해온 입법 과제들을 수월하게 처리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민주당은 약속대로 그동안 ‘법사위 월권’으로 지목해온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재위,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코로나19 대응에 빠르게 나설 수 있게 됐다. 국방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장을 차지한 것도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대북전단 살포 규제 등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를 돌파할 입법 수단을 확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통합당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선 의사진행발언에서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올린 것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제헌국회 이래 처음으로 야당 상임위원들을 일방적으로 강제 배정해 헌정사에 기록을 남겼다”며 “역사는 오늘을 국회가 없어지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가 진행되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장으로 돌아가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장외투쟁 등 극단적 대립은 피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이 강제 배정되는 ‘수모’를 겪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 독주’를 강조하는 동시에 의정활동엔 참여하는 투 트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의 오만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었지만, 통합당은 국회 안에서 투쟁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며 “추경 심사부터 따질 것은 따지고 일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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