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선두주자' 버니 샌더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중도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샌더스는 격차를 더 벌릴 테세다.

  • 허완
  • 입력 2020.02.26 15:41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0차 TV토론에서 버니 샌더스(가운데)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25일.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0차 TV토론에서 버니 샌더스(가운데)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25일. ⓒJIM WATSON via Getty Images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 - 25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마침내 버니 샌더스가 선두주자 대접을 받았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샌더스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지지세를 굳혀나가자 경쟁자들이 다급하게 그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토론회에서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았던 샌더스는 이날 토론회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과거 표결 기록, 공약 실행 가능성과 소요 비용, 그의 대선후보 지명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주·지방 정부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들에게 끼칠 영향, 러시아가 샌더스의 당선을 선호한다는 보도, 쿠바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발언, 필리버스터 폐지 반대에 대한 입장 등에 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튜즈데이(3월3일)’와 핵심 지역 경선들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았다. 토론회장에서나 미국 전역에서 벌인 선거광고전에서나 샌더스의 경쟁후보들은 그를 너무 오래 방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샌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하는 와중에도 사소한 이슈들로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례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지난주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듯)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한 번 더 겨냥하기로 결심했는데,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매사추세츠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당선을 돕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블룸버그의 회사에서 일했던 여성 직원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을 재차 언급하며 그를 맹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뜬금없게도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를 겨냥했다. 바이든은 스타이어의 헤지펀드가 미국 민영 교도소 기업에 수억달러를 투자했던 사실을 맹공격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9일)를 앞두고 실시된 이번 토론에서 버니 샌더스가 발언하고 있다. 세 차례의 경선이 실시된 현재, 샌더스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9일)를 앞두고 실시된 이번 토론에서 버니 샌더스가 발언하고 있다. 세 차례의 경선이 실시된 현재, 샌더스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Win McNamee via Getty Images

 

물론 그럼에도 샌더스는 이날 토론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후보였다. 

″오늘밤 제 이름이 좀 언급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궁금하네요.” 샌더스가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워렌은 샌더스를 겨냥해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직접적인 공격을 펼쳤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후보는 서로 충돌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러나 29일 워렌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전망은 샌더스보다 훨씬 어두운 상황이다.

워렌은 토론 초반부터 자신이 ”버니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의 핵심 공약인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해 자신이 더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걸 시행하려면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겁니다.” 워렌이 자신의 ‘메디케어 포 올’ 공약을 언급하며 말했다. ”저는 깊이 들여다봤고, 따져봤고, 버니의 팀은 그런 저를 맹비난했죠.”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가 끝난 후 후보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피트 부티지지, 마이클 블룸버그, 버니 샌더스, 에이미 클로버샤, 톰 스타이어.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가 끝난 후 후보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피트 부티지지, 마이클 블룸버그, 버니 샌더스, 에이미 클로버샤, 톰 스타이어. ⓒWin McNamee via Getty Images

 

블룸버그는 러시아 정부가 샌더스를 도우려 한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그를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당신의 (민주당 경선) 당선을 돕고 있는 겁니다.” 그러자 샌더스는 블룸버그가 과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높이 평가했던 것을 언급하며 최선의 공격을 가했다.

″저는 중국 시 주석과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닙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저는 시 주석이 권위주의적 지도자라고 생각하고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했고 미국인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들려고 했던 (러시아) 푸틴씨에게 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봐요, 푸틴씨. 분명히 말하자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은 더 이상 선거에 개입 못할 겁니다.”

바이든은 샌더스가 1990년대에 연방정부 차원의 신원조사와 일부 권총에 대한 구매 대기기간 도입이 담긴 ‘브래디법’을 비롯한 총기규제 조치들에 반대표를 던졌던 일을 언급하며 공격을 가했다.

바이든은 샌더스가 현재는 총기규제 조치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인정면서도 강력한 총기규제 조치가 있었다면 2015년 찰스턴 교회 총기난사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은 흑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였다.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9명이 사망한 게 그의 책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바이든이 샌더스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대기기간이 있었더라면 그 남자(총격범)은 그 총기를 손에 넣지 못했을 겁니다.”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0차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자들. (왼쪽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피트 부티지지,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 조 바이든, 에이미 클로버샤, 톰 스타이어.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25일.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0차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자들. (왼쪽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피트 부티지지,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 조 바이든, 에이미 클로버샤, 톰 스타이어.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25일. ⓒRandall Hill / Reuters

 

또다른 중도 성향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건강보험 정책과 경제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을 언급하며 샌더스를 비판했다.

″숫자가 안 맞아요.” 클로버샤가 샌더스의 공약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부티지지는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규정하는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하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의석을 탈환하고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산을 좀 해보자는 말입니다. (...) 이렇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집권 4년 연장 밖에 안 됩니다.” 부티지지가 말했다.

그는 또 필리버스터 폐지와 상원의 오랜 ‘압도적 다수’ 의사진행 규정(3분의2 동의가 있어야 토론을 끝낼 수 있다는 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샌더스를 비판하기도 했다. ”규정 개척도 지지하지 않으실 거라면 대체 혁명은 어떻게 이루려고 하십니까?”

워렌은 ”버니 같은 사람들”이 필리버스터 폐지 주장을 거부함으로써 제약회사나 보험업계들에게 ”(규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준 것”이라고 거들었다. 

버니 샌더스는 엘리자베스 워렌을 제치고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라는 자리를 일찌감치 굳히며 중도 후보들이 난립한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는 엘리자베스 워렌을 제치고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라는 자리를 일찌감치 굳히며 중도 후보들이 난립한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샌더스는 앞선 토론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부유층에게 거둔 세금으로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일부 중산층의 세금도 올리긴 하겠지만 인상되는 세금보다 건강보험 비용이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건 ”내가 급진적인 얘기들을 한다는 건데,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부를 일부 높이 평가한 최근 발언을 해명하기도 했다. ”나는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들에 반대해왔다.” (권위주의 정부라 하더라도) 일부 잘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은 높이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한 말이다.

샌더스를 향한 경쟁 후보들의 ‘조직되지 않은’ 공격이 그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도 성향 후보들이 난립하며 지지율을 분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샌더스는 ‘슈퍼 튜즈데이’ 경선이 실시되는 지역들에서 큰 격차로 앞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샌더스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샌더스 선거캠프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날의 혼란스러웠던 토론회를 딱 한 줄의 제목으로 정리했다. ”우리와 (나머지) 모두의 싸움.”

선거자금 기부를 요청한 이 메일에서 샌더스 측은 ”이건 우리와 나머지 전체 정치 기득권의 싸움”이라고 적었다. ”오늘은 토론 무대에서 후보들이 샌더스를 겨냥했지만 내일은 그 후보들의 슈퍼팩들과 수억달러의 사비가 TV광고로 우리를 겨냥할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Bernie Sanders Targeted Again And Again In Chaotic Democratic Debat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