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8년 07월 05일 14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5일 14시 07분 KST

데이트 비용을 '진짜' 공평하게 내는 방법

huffpost

데이트에서 ‘더치페이’를 하는 게 ‘개념 있는 여자’임을 증명하는 공인인증서 같은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더치페이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보았다.

A와 B는 연애 중이다. 그들은 김치X를 지양하고, 개념X을 지향하기 때문에 더치페이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치페이를 하는 이유는, 진짜 진짜 진짜 공평하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나하나 곰곰이 따져보기 시작했다.

1. 진짜 더치페이를 하려면, 지도 애플리케이션과 만보기는 필수다. 아시다시피 시간은 곧 돈이고, 우리는 ‘(최저)시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는 각자의 집에서 약속 장소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차비와 걸음 수를 합산한 후 오차 범위 ±300원 이내에서 공평하게 선정해야 한다.

2. 진짜 더치페이를 하려면, A와 B가 데이트를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똑같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A가 세수를 한 후 ‘하나만 바르면 끝’이라는 올인원 토너를 바르고 담배 냄새와 어젯밤 회식 때 먹은 삼겹살 냄새를 흠뻑 머금고 있는 코트 차림으로 데이트 장소에 나온다면, B 역시 화장이고 드라이고 다 관두고 A처럼 해야 한다. A는 무려 면도를 했다고? 그렇다면 B도 겨드랑이 제모를 하기로 한다. 딱 면도만큼의 비용이 소요되어야 하니 시간과 에너지와 비용 소모는 물론 상당한 고통까지 동반하는 다리 제모는 이에 포함할 수 없다.

3. 진짜 더치페이를 하려면, 데이트마다 그날 먹을 음식에 대한 완벽한 사전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솔직히 난 별로 안 당기지만 상대가 먹고 싶어 하니 “응, 그래. 나도 뭐 괜찮아” 같은 어정쩡한 동의는 곤란하다. 진짜 공평하게 비용을 분담하려면 두 사람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메뉴를 골라야만 하다. 2번에서 도출한 ‘데이트 가능 장소’의 메뉴를 모두 리스트업 한 후 데이트 최소 24시간 전에 메뉴 협의를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혹시나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 협의 과정에는 맥박과 심박 수, 동공의 크기 등을 체크하는 거짓말 탐지기 동원이 필수적이다.

4. 진짜 더치페이를 하려면, A와 B가 데이트 중 먹은 음식의 양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더치페이는 ‘각자 자신이 먹은 만큼 돈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A가 전체의 64%를 먹고 B가 36%를 먹었다면 비용도 딱 그만큼 부담하는 것이 올바른 더치페이다. 먼저 대중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숟가락 모델을 조사한 후 숟가락질 1회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물의 평균치를 도출한다.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냅킨에 바를 정자를 써가며 체크한다면 더욱 정확한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

5. 진짜 더치페이를 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사전에 계획한 데이트 코스로만 다녀야 한다. “와, 오늘 달 너무 예쁘다. 북악 스카이웨이로 드라이브 갈까?” 같은 충동적인 결정은 절대 안 된다. 완벽하게 공평한 데이트 비용 분담을 위해 그동안 삽질한 게 얼만데! 게다가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가는 루트가 바뀌면 완벽하게 공평하…아, 진짜 못 해 먹겠다.

이게 무슨 연애고, 데이트냐고? 맞다. 진짜 제대로 된 연애나 데이트는 절대 이렇지 않다. 물론, 진짜 제대로 된 애인도 절대 이렇지 않다.

‘연애도 안-못하고 있는데 데이트니 더치페이니,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고 생각할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썸타는 사람과 잘 되고 싶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장소 WORST 5 도 참고하시라.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