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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34시간 늦장 대응한 사이 '성폭행' 탈북민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제보를 받고 34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보자를 부른 경찰.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뉴스1

최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재입북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탈북민으로 의심되는 20대 남성이 강력범죄를 저지른데다 ‘월북하려 한다’는 신고까지 접수받고도 최소 34시간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7일 탈북민 김아무개(24)씨 관련 브리핑을 열어 “김씨는 택시를 이용해 지난 18일 오전 2시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한 마을에서 내렸고,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는 그의 가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한국 돈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500만원을 인출한 통장, 간단한 옷가지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김포시 탈북민 임대아파트에 살던 김씨는 잠적 하루 전인 지난 17일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유튜버 지인으로부터 빌린 케이(K)3 차량을 운전해 교동도에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재입북을 위한 ‘사전답사’로 추정된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마사지 업소에 들렀고, 18일 새벽 다시 택시를 타고 강화읍으로 이동한 뒤 자취를 감췄다. 군은 김씨가 강화도 북쪽 지역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인 19일 귀향했다’고 밝혀, 김씨는 강화도에 하루 더 머물다 북으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씨는 지난 6월12일 오전 1시20분께 자신의 집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달 21일 김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7월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의 몸에서 김씨 디엔에이(DNA)가 검출된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벌여왔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김씨였지만,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부터 사라지기 직전까지 경찰 관리는 허술했던 셈이다. 탈북민은 북한의 피습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나·다 등 3등급으로 나뉘어 경찰 관리를 받는데, 김씨처럼 단순 관리 등급인 다급은 관할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달에 한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진행해 신변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행 조사 뒤에도 경찰은 별다른 감시나 관리에 나서지 않았고, 지난 18일 ‘김씨가 (성폭행)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서야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게다가 김씨 지인은 지난 19일 01시01분께 “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을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경찰에 제보했으나, 김포서는 34시간이 지난 20일 오전 11시에야 제보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김씨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휴대전화는 지난 17일 오후 집 주변에서 꺼진 뒤 켜지지 않았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이 휴대전화를 꺼놓고 ‘재입북’ 제보까지 있었지만, 경찰은 적극적인 추적에 나서지 않은 셈이다. 20일에야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21일 구속영장 신청, 24일 위치추적에 나섰지만 뒷북이었다. 신고나 제보가 접수되는 과정 중간에 국정원이나 국방부 등 유관기관에 공조도 요청하지 않았고, 경기남부청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반기수 경기남부찰청 2부장은 “보고나 통보·협조 관련 부분에 대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시인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참작해 현재 합동조사단을 꾸려 전반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김씨는 지난달 21일 성폭행 혐의 조사 당시 코로나19와 관련해 발열 등 관련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방역 당국과 협조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탈북민이 많은 김포서는 경찰관(신변보호관) 1인당 탈북민 64명(전국 평균 31명)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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