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03일 14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03일 14시 35분 KST

코로나 백신을 누가 먼저 맞아야 하는가? 미국 보건당국이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배포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윤리학자와 백신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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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영국 런던 임페리얼컬리지의 연구소에서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혈액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0년 7월30일.

코로나19 백신을 누가 먼저 맞아야 하는가? 미국 보건당국은 백신 초기 공급 물량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 초안을 다음달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다.

″모두가 (백신 접종 순서에 대한) 방안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최근 국립보건원 원장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가 정부 자문단체에 한 말이다. ”자신이 가장 먼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통상적으로 백신 초기 접종 대상이 되는 건 의료진과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다.

 

반면 콜린스 박사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을 고려해 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심각한 곳의 주민들에게 우선권을 주자는 것.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비교 그룹으로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 참여해 시험 접종을 받은 참여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에게 일종의 특별 우선권을 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콜린스 박사가 말했다.

여러 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방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모더나(Moderna), 화이자(Pfizer)는 지난주부터 각각 3만명이 참여하게 될 임상 3상시험에 들어갔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노바백스(Novavax)도 비슷한 규모의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최종 단계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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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당장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만들기 위해 미국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백만회 분량의 물량을 비축해두겠다고 공언한 상태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올해 말까지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더라도 당장 백신을 원하는 모두에게 접종할 만큼 충분한 양이 확보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특히 유력한 백신 후보들 중 대부분은 2회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이건 전 지구적인 딜레마이기도 하다. 빈곤국가들에게도 공평하게 백신이 공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누가 먼저 백신을 접종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 초기 물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탓에 결정을 내리기가 더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예방접종 대상과 시기에 대한 권고를 내리게 되며, 정부는 거의 예외없이 이를 따른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결정은 워낙 까다로운 탓에 이번에는 의회가 승인한 정부 자문 민간기구인 미국 의학학술원(NAM)의 윤리학자와 백신 전문가들도 권고안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전 세계 천연두 박멸로 이어진 백신 접종 전략을 고안해냈던 윌리암 페이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창의적이고도 도덕적인 상식”에 기반한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AM 내에 마련된 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숙의 과정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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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간주된다.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있고, 정치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시민들이 보기에도 ”공정하고, 공평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백신이 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논의의 물꼬를 트는 CDC의 제안은 이렇다. 우선 핵심적인 보건, 국가안보, 그밖의 필수 업무 종사자 1200만명에게 우선 접종한다. 그런 다음에는 요양원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등 코로나19 취약 계층과 필수업무 인력 1억1000만명에게 접종한다. 일반 접종은 그 다음 순서다.

CDC의 백신 자문위원들은 누구를 필수업무 인력으로 볼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나 자신을 필수 보건의료 인력으로 간주하지는 않을 거다.”  UCLA의 소아과 전문의 피터 스칠라기 박사가 말했다.

더군다나 의료진들이 처해있는 위험 정도는 코로나19 초기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실의 의료진들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은 따로 있다고 위원회 위원들은 지적한다.

보건의료와 국가안보 분야 바깥으로 눈길을 돌리면, 또다른 질문들이 남는다. 축산물가공품 공장 노동자들이나 학교 선생님들도 ”필수” 인력인가?

또 코로나19 취약계층에게서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그런 것 만큼 백신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감 백신의 경우에서도 고령층의 면역체계가 (젊은층 만큼이나) 활성화되지 않는 만큼 이같은 우려는 실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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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NC바이오테크놀로지센터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더럼,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7월29일.

 

ACIP 위원장이자 아칸소주의 임시 보건장관인 조세 로메로 박사는 흑인, 라티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타격을 입은 사실을 감안하면 (백신 접종 순서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 부분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우리가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사람들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대의 샤론 프레이 박사는 밀집된 환경에 거주하고 있고, 의료시설 접근이 취약하며,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도심 빈곤층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최대 병원 네트워크 노스웰헬스의 헨리 번스타인 박사는 가장 감염 위험도가 높은 한 사람을 한 가구에서 추려내는 게 아니라 가구 내 전체 식구들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먼저 백신을 맞게 되든,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사람들은 주차장과 보건소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채로 접종 차례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그런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걸 당국자들도 이해하고 있다.

신속한 백신 생산 및 배포를 위해 트럼프 정부가 구성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은 백신 접종이 필요한 곳 어디로든 신속하게 정확한 분량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CDC의 낸시 메소니에 박사는 드라이브-스루 접종, 팝업 클리닉을 비롯해 다양한 혁신적 구상들이 모두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는 즉시 ”우리는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이 계획들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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