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8년 04월 08일 14시 43분 KST

17세 남학생의 전 여친 살해에 '상사병'이라는 핑계를 대는 것은 정말 역겹다

상사병이 아니다. 위험한 살인범이다. 우리는 '남성의 분노'와 '여성의 죽음'이 관련 있다는 것을 다 같이, 어쩌면 의도적으로 모른 척한다.

3월 22일 제일린 윌리의 부모는 딸의 생명보조장치를 떼겠다는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 메릴랜드 고등학교에서 아침 수업 시작 직전에 다른 학생이 쏜 총에 머리를 맞은지 이틀 뒤였다. 제일린 윌리는 16세였다.

AP, 타임 등의 매체는 17세의 남학생이 ‘상사병’ 때문에 제일린을 죽였다고 보도했다. 세인트 메리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은 이들이 사귀다 최근 헤어졌다고 밝혔다. 이 매체들과 보안관 사무실은 이 일들이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마치 범죄자가 차였기 때문에 상태가 너무나 안 좋아져서 ‘폭발해버렸다’는 식이다. 아버지의 총을 학교에 가져가서 제일린을 쏴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식이다.

그러나 오스틴 롤린스는 상사병에 걸린 게 아니었다. 그는 위험한 살인범이다. 그는 자신을 원하지 않는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을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은 젊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다른 여러 사람들처럼, 롤린스에게 정신병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 않다. 그를 알았던 사람들이 이번 일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을 법도 하다.

BALTIMORE SUN VIA GETTY IMAGES
제일린 윌리의 부모인 멜리사, 다니엘 윌리가 3월 22일 딸의 생명보조장치를 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 즉 분노, 총, 폭력, 죽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충격을 받았다는 말조차 놀랍지가 않다.

십대 데이트 폭력은 널리 퍼진 문제이지만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십대 지원을 위한 24시간 단체 러브 이즈 리스펙트에 의하면, 고등학생 열 명 중 한 명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에게 의도적으로 맞거나 육체적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 청소년 중 3분의 1은 사귀는 사람에게 육체적, 성적, 감정적, 언어적 학대 피해를 받는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가정 내 폭력에서 총이 존재할 경우 살인 위험이 500% 증가한다.

전국 가정 내 학대 핫라인에 의하면, “사귀는 파트너의 학대 행동과 정신 질환은 별개의 문제”다. 정신 질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신 질환은 특정한 관계에서만 나타나지도 않는다. 가족, 파트너, 친구, 동료 등 모든 관계에서 다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반면 학대자는 사귀는 사람만 학대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겐 가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학대자가 공개적으로 폭력을 저질렀을 때 사람들이 놀라곤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총기 난사는 또래 여성에 대한 젊은 남성의 분노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대해 다같이 입을 닫고 있다. 이는 큰 해악을 미친다. 우리는 남성의 분노와 여성의 죽음 사이의 관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다같이, 어쩌면 의도적으로 모른 척한다.

젊은 남성이 또래들을 죽이기 전 여성들에 대한 분노를 녹음/녹화하는 것을 몇 번이나 더 들어야 하는가? 그를 거절한 여성들, ‘오만한’ 여성들, 자기가 있을 자리를 알아야 하는 여성들에 대한 분노를? “내가 너를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어야 하니까” 살해 당한 여성들 말이다.

나는 20년 이상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남들을 괴롭히는 친구들, 부모님의 기대, 소셜 미디어에서의 문제 등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왔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느끼며 자라는 것이 얼마나 큰 좌절감을 주는지, 스포츠와 게임에만 관심이 있는 척하는 압력을 받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지배적으로 규정된 남성성의 무게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남자 아이들이 많다. 이 부담은 아이들이 이를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남성성이라는 지뢰밭을 지나갈 수 있는 도구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남자 아이들, 때로는 주위 사람들까지도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일부 남자 아이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저지르게 하는 역학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은 모든 젊은 남성들을 규탄하는 일이 아니다. 미국 젊은 남성들 대부분이 폭력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테지만 방법을 모른다고 나는 확신한다.

당신이 나이가 좀 들었거나,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었거나,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교사 무장 등의 쉬운 해결책이 우리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지는 몰라도, 학교에 총을 가져오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금속 탐지기 설치, 무장 보안 요원 고용 등 이제까지 시도되었던 해결책들은 학교 폭력 가능성을 낮추지 못했다. 핵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더 안전하게 만들려면 얄팍한 해결책이 아닌,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폭력의 원인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해결책을 도입해야 한다.

지배적인 남성성 외에도 우울증, 불안, 고립 증가가 영향을 준다. 전국 약물남용 조사연구에 의하면 2010년에서 2015년 동안 십대들 사이의 심한 우울증 사례가 56% 늘었다. 2015년에는 2007년에 비해 15~19세 자살 건수가 46% 증가했다. 12~14세 자살은 2.5배 늘었다.

교육자들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성인의 권력 남용을 본다는 것부터 인지해야 한다. 감독이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학대하고는, 남자 아이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을 학생들은 본다. 동료 교사들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들을 본다. 사실 훌륭한 성인 롤 모델은 찾기 힘들다. 우리가 권력 남용에 맞서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학교를 지원하고 스스로 공부를 하여 이를 도울 수 있다. 러브 이즈 리스펙트는 부모의 81%가 십대 데이트 폭력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혹은 문제라는 걸 몰랐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자녀가 폭력적 관계에 있다는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비율도 그와 비슷했다.

또한 스스로를 돌아보며 힘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집에서 가족들에게 분노를 표현할 때 상대를 존중하는가? 화가 났을 때 우리 자신과 타인의 존엄성을 생각하는가? 가족 안에서 학대와 폭력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아이들에게 그에 대해 적절하게 이야기했는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가?

학교 내 폭력을 종식시키려면 근본 원인을 바라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실체를 보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는 우리가 ‘충격’을 받는 이상, 이러한 살인이 ‘무의미한’ 살인이라고 하는 이상, 우리는 위험한 징후를 알아보지 못하고 행동을 취하지도 못하리란 사실이다.

하지만 힘을 내서 우리 앞의 위험을 직시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막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용감해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용감해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용감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미래의 가해자와 피해자들 모두를 돕기 위해서다.

 

로잘린드 와이즈먼(Rosalind Wiseman)은 교사이자 책 ‘아들이 사는 세상’(Masterminds & Wingmen),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 Wannabees)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청소년 행동 전문가로서 청소년들의 폭력 문화 근절을 교육하는 비영리단체 임파워 프로그램을 공동 창설하기도 했습니다.

 

* 허프포스트US의 ‘Lovesick’ Is A Sick Excuse For A Young Woman’s Death
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