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지 이틀째인 11일. 이날도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이날 촛불과 향이 있던 장례식장 테이블에는 익명의 시민이 보낸 편지 한통과 조의금 5만 원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합동분향소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변호사 사무실의 관리인이 건물 앞에서 한통의 봉투를 발견하고 합동분향소로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편지에는 “故 김모 변호사님을 비롯해 억울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 얼굴도 모르는 제가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죄 없는 당신들이 피해자가 됐다. 당신들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다. 절만하는 저를 부디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방화를 저지른 뒤 현장에서 숨진 A씨를 향해선 “누구보다 괴로워서 그 귀한 본인 목숨 스스로 버린 당신이여, 얼마나 괴로웠냐. 그렇지만 이건 올바른 길이 아닌 거 당신도 알지 않나. 어떻게든 살았으면 또 살았을 텐데, 왜 이런 길을 택해 당신의 가족, 다른 누군가의 가족들 가슴에 이렇게 못을 박나”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며 “앞으로 방화 등과 같은 이와 같은 일, 이런 일로 인해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A씨는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들고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 변호사 건물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A씨를 포함해 총 7명이 숨지고 50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당했다.
A씨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소송에서 패소하자, 소송 상대의 법률 대리인 B씨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변호사회는 지난 10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희생자 6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합동분향소는 13일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서은혜 프리랜서 기자 huff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