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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에서 가야 할 소도시 5곳(화보)

  • 박수진
  • 입력 2016.08.10 13:30
  • 수정 2016.08.10 13:37

시칠리아에는 이탈리아 본토와는 다른 공기와 정신이 흐르고 있다. 시칠리아는 수많은 고대 문명의 교차로였다. 고대 페니키아(Phoenicia)부터 카르타고(Carthago),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아라곤왕국(Aragon), 19세기 부르봉 왕조(Bourbon)까지 역사상 화려했던 제국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섬을 거쳐 갔다. 수많은 문명들이 이곳을 지배하려 했지만, 시칠리아인의 정신은 결코 굴복당한 적이 없다고 시칠리아인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으로 일부 여행자들이 꺼리기도 하지만, 이곳을 여행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시칠리아를 적극 추천하는 걸 보면 분명 놀라운 매력을 가진 곳임에 틀림없다.

글·사진= 여행사진작가 백상현

1. 타오르미나 – 작은 천국의 땅

원형극장

광장의 아침

일찍이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그의 ‘이탈리아 기행’에서 ‘작은 천국의 땅’이라고 묘사한 타오르미나. 지중해 일대를 지배하던 비잔틴제국(Byzantine Empire, 동로마제국)이 시칠리아를 지배할 때 타오르미나는 이 섬의 수도였다. 다양한 성당과 시계탑, 팔라초 등 도시 곳곳에 그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기원전 395년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운 원형극장의 카베아에 앉아 무너진 무대 사이로 연기를 내뿜는 에트나화산과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자. 인간 문명과 자연 세계의 하모니가 연출하는 최고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타오르미나임을 금세 깨달을 것이다.

2. 카타니아 – 에트나 화산 기슭 바로크 도시

두오모 광장

시장

기원전 8세기에 생긴 카타니아(Catania)는 수백 년 역사 동안 지진과 에트나화산 분출로 카타니아는 막대한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도시가 용암과 화산재에 뒤덮인 횟수가 무려 7번이라고 한다. 1669년 화산 폭발은 도시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거의 12,000명이나 되는 생명을 앗아갔다. 용암과 화산재 위에 재건된 도시라 그런지 카타니아의 건축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그 색채가 거무스름하다. 검고 칙칙한 색채를 한꺼풀만 벗겨내고 카타니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 곳에는 진주처럼 우아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말한다. “에트나화산은 카타니아를 만들었고, 역사는 카타니아인들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3. 아그리젠토 – 신전의 계곡이 있는 신화의 도시

콩코르디아 신전

헤라 신전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근과 인구과잉으로 인해 새로운 무역항과 살 곳을 찾아 고국을 떠나 당시 흑해 동부 해안이나 마실리아(현재 프랑스 마르세유),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등지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스인들이 특히 많이 거주했던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지역을 마그나 그라이키아(Magna Graecia, Μεγάλη Ἑλλάς '대 그리스')라고 불렀다. 마그나 그라이키아의 영화로운 유적이 잘 보존된 곳이 바로 아그리젠토다. 아그리젠토 맞은 편 ‘신전의 계곡(Valle dei Templi)’에 올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현대의 도시가 건너편 언덕 위에 솟아 있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천 년 유구한 세월의 풍상을 묵묵히 견뎌낸 고대의 신전들이 천공에 솟아 있다. 이 놀라운 역사의 간극, 문명의 대조, 시공의 초월을 무슨 말로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4. 에리체

시칠리아의 동쪽 해안에 타오르미나가 있다면 서쪽 해안에는 에리체(Erice)가 있다. 가파른 산 위에 독수리 요새처럼 둥지를 틀고 있는 에리체는 중세 시대의 축소판이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중세의 골목길과 회색빛 돌들로 건설된 성벽과 성당, 그리고 중세의 집들은 소박하고 고요하다. 마치 수도승들이 사는 산중의 수도원 같은 느낌이다. 늘 산을 감싸고 이동하는 구름 장막, 신비한 기운이 담긴 안개와 바람, 주변의 평야지대에서 홀로 우뚝솟은 에리체는 옛사람들에게 신성한 영토로 여겨졌다. 에리체의 가장 높은 곳에 비너스신전의 유적이 보존되어있다. 비너스 성 건너편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담한 페폴리 성(Torretta Pepoli)이 마주보고 있다. 이 두 성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단연코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5. 팔레르모

마피아로 인해 시칠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의외로 강하다. 특히 팔레르모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본거지라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팔레르모를 빼놓고 시칠리아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시칠리아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수도이다.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로부터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르네상스, 바로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문명의 아름다움이 구시가지의 건축물과 성당, 분수와 계단의 돌들에 아로새겨져 있다. 구시가지는 ‘네 개의 모퉁이’를 의미하는 콰트로 칸티(Quattro Canti)를 중심으로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콰트로 칸티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팔레르모 올드타운의 가장 아름다운 심장, 프레토리아광장(Piazza Pretoria)이 그 우아한 모습을 드러낸다.

팔레르모 가는 길

Travel Tip: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로 넘어가려면 이탈리아 최남단의 빌라 산지오반니(Villa San Giovanni)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시칠리아섬 북동쪽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지중해 해상교통의 요지인 메시나(Mesina)로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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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를 타거나 내릴 때 여행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본토를 달려온 기차가 통째로 고래처럼 입을 쫙 벌린 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기차를 통째로 실어서 바다를 건너고 다시 통째로 배에서 내려서 시칠리아섬을 운행한다. 빌라 산지오반니에서 메시나까지는 40분 정도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팔레르모와 나폴리 사이에도 정기 페리선이 다니고 있다. 시칠리아 섬 내에서는 기차와 버스, 렌터카를 이용해서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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