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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다.

크루 드래곤을 탑재한 팰컨9가 날아오르고 있다. 
크루 드래곤을 탑재한 팰컨9가 날아오르고 있다.  ⓒASSOCIATED PRESS

민간 유인우주선 시대가 열렸다. 1961년 소련이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최초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를 쏜 지 60년 만이다.

미국 억만장자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X)는 30일 오후 3시22분(한국시각 31일 새벽 4시22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팰컨9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쏘아 올렸다. 우주선에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53)와 밥 벵컨(49)이 탑승했다. 우주선은 19시간 뒤인 31일 오전 10시29분(한국시각 31일 밤 11시29분)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스페이스 X의 우주선 조종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페이스 X의 우주선 조종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ASSOCIATED PRESS

이날 발사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그는 발사 장면을 지켜본 뒤 “믿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적 불확실성, 정치적 갈등으로 미국의 앞날이 흐릿한 시점에서 과학, 기술혁신, 민간기업에서 미국의 탁월한 존재감을 상기시켜주는, 성취감과 향수를 자극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는 발사 2분40초 후 고도 80㎞ 상공에서 2단 로켓에서 분리된 뒤 9분30초 후 플로리다 인근 대서양 해상의 바지선에 안착했다. 발사 12분 후에는 우주선이 2단 로켓에서 분리됐다. 우주선은 시속 2만7360㎞의 속도로 날아 우주정거장과 도킹한다. 크루 드래건의 최대 도킹 기간은 119일이다. 나사는 우주비행사들의 지구 귀환 시기를 도킹 후 6~16주 사이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데모2′(Demo-2)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비행은 27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번 우주비행은 크루 드래건이 정식 유인우주선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시험비행이다. 이번 비행에 성공하면 하반기에 첫 정식 국제우주정거장 왕복비행 임무(크루1)에 나선다.

 

일론 머스크 회장
일론 머스크 회장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크루 드래건은 인류가 만든 아홉번째 유인우주선이자 첫번째 민간 유인우주선이다. 지금까지 유인우주선을 개발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뿐이다. 특히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엑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민간 우주선’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과거 온 나라가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것을 민간기업 한 곳이 해냈다. 미국으로선 9년 만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미국산 우주선에 태워 미국 땅에서 발사했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 우주비행사들은 2011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가 퇴역한 이후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빌려 타고 있다.

크루 드래건은 높이 8.1m, 너비 4m의 총알 모양 우주선이다. 정규 탑승인원은 4명이지만, 최대 7명까지 탈 수 있다. 이전 우주선과의 차이는 스위치나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기기를 작동한다는 점이다. ‘슈퍼드래코’라는 이름의 비상탈출 시스템도 추가됐다. 로켓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8개의 엔진을 가동해 우주선을 로켓에서 즉각 분리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기존에 비해 훨씬 가볍고 슬림한 우주복이다. 단 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유영을 할 수는 없으며 실내용이다.

나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2014년 유인우주선 개발 업체로 스페이스엑스와 보잉을 선정했다. 크루 드래건의 개발 비용은 17억달러다. 현재 달러 가치로 따져 300억달러가 넘었던 아폴로 우주선의 거의 20분의 1이다. 우주비행사 1인당 이용 요금도 6천만달러로, 소유스를 빌려 타는 데 드는 8천만달러보다 훨씬 싸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간 영역에 우주인 비행을 위임하기로 한 나사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엑스는 20년도 안 돼 세계 최대 우주로켓 발사 업체가 됐다. 2021년엔 크루 드래건을 이용한 우주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이어 지구 저궤도를 넘어 심우주에도 도전한다. 2022년에 새로 개발한 대형 로켓 ‘팰컨 헤비’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16프시케’(16 Psyche)를 탐사할 우주선 프시케를 발사한다. 2024년에는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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