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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트림을 빨아들여 소의 메탄 가스 배출량을 50% 저감시키는 특수 마스크가 탄생했다

마스크가 소에서 생성되는 메탄 배출량을 최대 53%까지 줄여준다.

소의 입·코에서 나오는 트림 흡수 장치
메탄 가스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꿔줘

마스크처럼 소의 콧등에 씌운 메탄 흡수 변환 장치
마스크처럼 소의 콧등에 씌운 메탄 흡수 변환 장치 ⓒ젤프 제공

‘아낌없이 주는 나무’ 못잖게 인간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동물을 꼽으라면 소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살아서는 노동력과 우유 공급원으로, 죽어서는 단백질과 가죽 공급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가는 동물이 소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현안이 되면서 소의 그 하품이 큰 골칫거리가 됐다.

소는 소화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을 만들어 몸 밖으로 배출한다. 메탄은 대기 중 수명은 12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짧지만 온실 효과는 25배 이상 강력하다. 20년을 기준으로 한 지구온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86배나 된다.
뜯어먹은 풀을 반추위에 저장해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메탄이 만들어진다. 소 한 마리가 한 해 평균 약 100㎏의 메탄을 공기 중에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메탄은 주로 방귀가 아닌 트림이나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소가 만드는 메탄의 90~95%가 입과 코를 통해 나온다.

소가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의 2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86배다.
소가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의 2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86배다. ⓒ게티 이미지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는 축산업에서 지구촌 10억마리 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65%에 이른다.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계산하면 31억톤이다. 2018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7억2760만톤)의 4배 이상이다.

 

식물성 대체육과 사료첨가제

현재 소의 메탄 가스 방출을 줄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을 공급해 소고기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여러 기업들이 소고기의 맛과 영양을 대체한 식물성 단백질 제품으로 소고기 시장을 대체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섬유질이 덜한 사료를 먹이거나 메탄가스 생성을 줄여주는 다양한 첨가제를 먹이는 방법이다. 예컨대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가 설립한 벤처기업은 ‘바다고리풀’이란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료에 첨가해 먹인 결과, 소의 메탄 배출량이 80% 이상 줄어든다는 걸 알아냈다. 바다고리풀에 있는 브로모포름이란 물질이 소의 반추위에 있는 미생물이 메탄을 생성하는 것을 막아준다.

소 마스크의 작동 방식
소 마스크의 작동 방식 ⓒ젤프 제공

 

소의 메탄 배출량 50% 이상 저감

이런 간접적 방식 말고, 소가 배출한 메탄을 직접 흡수하는 제3의 방법이 등장했다. 소의 콧등에 마스크 같은 웨어러블 장치를 씌워, 소의 입과 코에서 배출되는 메탄 가스를 즉석에서 다른 물질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영국의 신생기업 젤프(Zelp=Zero Emissions Livestock Project)가 개발하고 있는 이 장치는 소가 숨을 쉬거나 트림을 할 때 나오는 메탄을 센서가 감지해 메탄 가스의 양이 일정한 수준을 초과하면 메탄을 흡수해 산화시킨다. 태양전지로 구동되는 팬이 소의 트림을 빨아들인다. 흡수된 메탄은 필터를 통과하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상대적으로 온실 효과가 덜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바뀐다. 자동차에 유해 배기가스를 무해한 물질로 변환해주는 촉매변환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초기 실험에 따르면 이 마스크는 소에서 생성되는 메탄 배출량을 최대 53%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가 소에서 생성되는 메탄 배출량을 최대 53%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가 소에서 생성되는 메탄 배출량을 최대 53%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 이미지

아르헨티나의 소 목장업체 출신인 이 회사 대표 프란시스코 노리스(Francisco Norris)는 현재 개발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내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리스는 “소가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고 소의 행동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는 장치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젖을 뗀 생후 6개월 이상 된 소에게 사용하며, 수명은 4년이다. 젤프는 이 장치에 다른 센서를 끼우면 소의 위치를 추적하고 질병을 조기에 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젤프는 내년부터 이 메탄 저감 장치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곡물 대기업 카길은 마스크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유럽 낙농가에 이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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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환경 #소 #메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