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이 집으로 들어왔다. 헬스장에 가기 어려운 시절, 운동에 목마른 이들은 체육관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차렸다. 집 안 거실 한쪽에, 택배 박스 쌓여 있던 다용도실에, 옷 방에.
직장인 박준식(32)씨는 엉겁결에 오랜 로망을 이뤘다. 긴 시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결제를 망설였던 실내 운동 기구를 지난 2월 중순 구매했다. 코로나19로 평소 다니던 헬스장에 가기 어려워지면서 내린 결단이었다. 옷 방을 헐었다. 바닥에 소음 방지 매트를 깔고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 등 근육 운동을 돕는 기구를 놓았다. 유산소 운동을 위해 실내 자전거도 한 대 옆에 뒀다. 어느덧 박씨의 집은 동네 체육관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마련한 홈짐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6일 ‘출석’한다. 매일 1시간30분~2시간 정도 운동한다. 그는 홈짐의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꼽는다.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좋은 점도 있어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이들은 아마 공감할 거예요. 제가 사용하고 싶은 운동 기구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것을 쓰고 있으면 기다려야 하거든요. 또 제 기준에 맞춰 무게도 조정해야 하고요. 그런데 홈짐은 온전히 제 공간이니까 그런 제한이 없어서 좋죠.”
김재람(31)·이지훈(33) 부부도 홈짐 커플이다. 매일 운동하는 두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빨래 말리는 공간 겸 옷 방으로 쓰던 방을 비워서 마련한 홈짐에서 “혼자 운동하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즐긴다. “유튜브를 보며 홈트를 할 때보다 좀 더 강도를 세게 해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공간적 제약 때문에 함께 운동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표를 짰다. 회사로 출퇴근하는 이씨는 저녁에 운동하고, 프리랜서인 김씨는 오전에 운동을 한다. 건강을 위해 체중 감량을 계획한 재람씨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홈짐에서 약 1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박준식씨와 김재람∙이지훈 부부는 홈짐을 꾸미는데 약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였다고 한다. 박씨의 경우 근력 운동 기구를 마련하는 데 약 90만원을 썼고, 매트, 바벨, 아령, 실내 자전거 등 다른 종류의 운동용품과 부자재를 사는 데 나머지 비용을 썼다. 웬만큼 시설이 괜찮은 헬스장의 1년 회원권 가격을 훌쩍 넘지만 그는 “초기 비용이 들긴 하지만 나중에 중고로 팔수도 있고, 만족도를 따지면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람씨 부부 또한 “원하는 기구가 있는 헬스장을 다니려다보니 집까지 도보로 30~40분 정도 걸리더라. (홈짐 설치는) 시간 비용까지 따지면 여러 모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종 기구에 대한 후기는 운동하는 이들이 모인 포털 네이버 카페 ‘마이홈짐’ 등을 통해 얻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인테리어 스타트업 ‘오늘의집’ 등에서 ‘#홈짐인테리어’로 검색하는 것도 작은 공간을 꾸미는 데 참고가 된다.
이들과 같은 ‘홈짐족’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직후인 9월1일~14일 실내 운동 기구 판매량이 8월 같은 기간에 견줘 크게 늘었다. 스테퍼는 267%, 러닝머신은 103% 매출이 증가했다. 실내 자전거, 아령 등 운동용품 브랜드인 사이먼스포츠를 오미영 대표 또한 “아령, 실내 자전거 등은 들어오는 족족 팔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재람, 이지훈 부부도 “올해 초부터 준비해서 원하는 운동 기구를 마련해 홈짐을 완성하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운동 기구가 품절 대란이라고 홈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직장인 김홍태(41)씨는 거창한 운동 기구 하나 없이 탄탄한 근육을 자랑한다. 그의 홈짐 운동 기구는 방문 틀에 걸어놓은 철봉 하나가 끝이다. 크로스핏, 격투기 등 다양한 운동을 10년 넘게 해온 김씨는 매일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짜서, 기록을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 올린다.“12분 동안 턱걸이 5개, 팔굽혀펴기 20개, 스쾃 30개를 하고 남은 시간은 버피(선 자세에서 손을 짚고 엎드리기를 반복하는 운동)로 채우는 걸 한 세트로 해요. 이걸 다섯 번 반복하는 식이죠. 철봉에 매달려 상체 운동을 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