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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비공개 발언까지 공개하며 보수 언론과 야당의 '백신 정치'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시' 발언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2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2 ⓒ뉴스1

청와대가 22일 몇달 전 비공개 내부회의 발언까지 공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시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과 야당이 연일 미국·영국 등 외국의 백신 접종 개시 사실을 부각하며 우리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대통령 비공개 발언까지 모아서 공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저녁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비공개·공개 발언들을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가 배송 취급과정에서 부주의가 있지 않는 한 과학과 의학에 기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확보하라”고 말한 데 이어 30일 회의에서도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4월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 때 “개발한 치료제와 백신은 코로나가 끝나도 비축하겠다. 끝을 보라”고 했고, 7월21일 내부 참모회의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키로 한 사실 등을 보고 받고는 “충분한 물량 공급”을 당부하는 등 올해 10차례가 넘게 지적했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까지 내놓으며 사실관계를 강조한 것은 이날 아침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뒤늦게 참모진 질책” “문 대통령에 백신 직언 두번, 소용 없었다”는 제목의 보도로 백신 확보 지체와 관련한 청와대 책임론을 거듭 부각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국민의힘 등 야당도 이 보도들을 근거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브리핑 행간에서 묻어나는 ‘억울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국민들이 가장 관심 가지는 것은 백신이 언제 공급될지 여부”라며 “세계적으로도 백신 확보는 대통령 본인의 일이지, 대통령이 구름 위에 앉아서 ‘내가 확보하라 했는데 너희 뭐했냐’는 방식의 유체이탈 화법은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자료를 내면서 “대통령의 백신관련 행보를 ‘최소한’도로 정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메시지를 포함해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백신 문제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K 방역의 성과가 백신 확보 부진 탓에 일거에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가운데 ‘코로나19 대처’가 29%로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정책과 법무부·검찰 갈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처’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지탱해온 버팀목인 셈이다.

 

‘소통 부재’ 대통령 책임은 없나?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과 반박이 사실이라고 해도, 백신 확보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불신이 커진 데는 청와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8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에서 모두 3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민들은 이 백신이 2~3월 중 국내 도입되는 것으로 알았으나, 얼마 안 가 실제로 선구매 계약이 체결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더욱이 아스트라제네카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나지 않았고, FDA 승인이 난 화이자모더나와는 구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집중보도 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 불신’이 확산됐다.

물론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격과 ‘백신’ 약점을 파고드는 야당의 정략적 공세가 지나친 감도 없지 않으나, 애초 이런 상황을 만든 1차적 책임은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기 보다는 압박에 밀려 뒤늦게 하나씩 사실을 털어놓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있다. 공개된 대통령 발언처럼 문 대통령이 국외 제약사와 치르는 백신 계약 과정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참모진만 질책했다’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의 ‘백신 불안감’도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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