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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증상 있다는 한 미국인이 며칠째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연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허완
  • 입력 2020.03.05 16:2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역 보건당국에 보급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2월부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부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역 보건당국에 보급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2월부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부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SSOCIATED PRESS

″나는 시애틀에 살고 있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전부 다 있으며 만성 기관지염이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인으로 보이는 ‘스케치 레이디’라는 이름의 한 트위터 이용자가 트위터에 적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장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마땅한 상황이지만, 이어진 트윗에 언급된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32만번 가까이 리트윗 된 그의 트윗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시애틀에 살고 있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전부 다 있으며 만성 기관지염이 있다.

내가 만성 질환이 있는 65세 이상 환자들이 많은 심리치료 클리닉에서 일하는 만큼 나는 책임감을 갖고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이랬다.

코로나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고 40분 동안 대기하다가 포기해버렸다.

하는 수 없이 CDC(질병통제예방센터)와 워싱턴주 보건부 웹사이트에 가봤다. 1차 진료 의사(primary doctor)를 만나보라는 얘기만 있고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1차 진료 의사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명은 어디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더러 검사를 알아보지 말라고 말했다. 다른 한 명은 응급의사나 응급실로 가보라고 했다.

응급의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들도 어디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나더러 병원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서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내 문의에 답해줄” 코로나19 핫라인으로 나를 연결해줬다. 의료기관 라인을 통해 연결된 덕분에 이번에는 통화가 됐다. 

진전이 있었다!

핫라인으로 연결된 여성분은 매우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했으며 나 자신의 건강 및 내 직장(지금 소독 중이다)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나의 우려를 이해해줬다. 하지만 나는 검사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나 현재 검사 가용 자원에 대한 정보도 안내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누가 검사를 받을 자격이 되는가? 최근 14일 동안 (발병국으로) 출국해 있었던 사람들,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은 극소수의 사람들과 접촉했던 사람들.

그게 전부다.

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악화되는 건데, 내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응급실로 실려가서 며칠 동안 격리되는 동안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가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나는 (아프다고) 휴가를 내는 것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면 불이익을 주는 (유급 병가휴가가 없는) 체계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이지 좌절감을 느낀다.

(인공호흡기 같은)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해질 때까지 내가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두렵기도 하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역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역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진단검사 키트 보급을 대폭 늘리고 검사 대상자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검사 받기도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자 서둘러 방침을 수정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3일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의심 증상만 있으면 누구나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주의 공중보건연구소(PHL)가 CDC를 거치지 않고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한 검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단검사키트 자체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민간 기업들도 진단검사키트를 개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보건당국에서 근무하는 줄리 바이샴파얀 박사는 ”이미 아침 저녁으로 (코로나19 검사)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중증 환자가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든 사람들 다 검사할 수는 없을 거다. 모두 다 검사를 받도록 하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검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바이샴파얀 박사가 NYT에 한 말이다.

한편 ‘스케치 레이디’는 자신의 트윗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큰 주목을 받은 이후 최신 근황을 전했다.

업데이트 : 아직 자가격리 중이다. 하지만 일단 열은 멈췄다.

나랑 완전히 똑같은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고 겁에 질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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