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종 코로나 확산에도 "문제 없다"는 여행사의 말에 떠났던 부부는 격리되고 말았다

여행 연기와 취소를 요청했지만, 여행사는 2000만원에 달하는 '페널티'를 이야기했다.

김아무개(61)씨는 오랫동안 부인(55)과 함께 남미 여행을 꿈꿨다. 자녀들이 사회에 자리를 잡으면서 김씨 부부는 들뜬 마음으로 지난 1년 가까이 남미 관련 책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남미를 공부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한 여행사에서 진행한 남미여행 설명회를 듣게 됐고, 올 3월11일 출발로 예정된 페루와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5개국 완전일주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계약금 300만원을 납부했다. 여행 일정은 23일, 전체 여행 비용은 2090만원이다.

김씨 부부가 선택한 여행패키지.
김씨 부부가 선택한 여행패키지. ⓒ혜초여행사 홈페이지/한겨레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김씨 부부는 이달 초부터 여행 연기와 취소를 요청했지만 여행사는 “현재 두 팀이나 남미에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들 괜찮다는데 왜 그러느냐”고만 했다. 여행사 쪽은 이어서 취소나 연기를 원할 경우 “한 사람당 900만원(기본 비용 1690만원 기준)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고 고지했다. 김씨 부부는 물어야 할 금액이 생각보다 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난 11일 인솔자 1명을 포함한 패키지팀 일행 8명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페루에 도착한 지 나흘만인 지난 15일 저녁 8시(현지 시간) 페루 정부는 “익일 자정부터 페루 내에 있는 외국인, 내국인은 무조건 15일 동안 자가격리한다”는 내용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때문에 김씨 부부 등 패키지팀 10명은 페루 쿠스코에 있는 호텔에 자가격리하게 되면서 발이 묶였다. 페루에는 이 패키지팀 외에도 한국인 약 140여명이 발이 묶인 상태다.

김씨는 “밖에는 군인이 있고 여기는 고산지대로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하고 숨 쉬는 곳도 불편하다.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여행사 쪽에서 사전 준비작업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누리집에 보면, 아르헨티나는 패키지 여행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9일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중국, 이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에서 출발한 내·외국인에게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권고한다”는 권고사항을 올려뒀다.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으면, 여행사가 최소한 이런 정보는 확인했어야 한다는 게 김씨 부부의 주장이다.

16일(페루 현지 시간 기준) 자가격리 대상 여행객들이 기차를 타러 이동하고 있다.
16일(페루 현지 시간 기준) 자가격리 대상 여행객들이 기차를 타러 이동하고 있다. ⓒ김씨 부부 제공/한겨레

아울러 패키지팀이 중간 기착지인 미국에 도착했을 무렵인 지난 11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이 권고를 강제 조처로 변경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국 뉴스를 접한 여행객들이 자가격리를 우려하며 인솔자에게 다시 한 번 항의했으나 인솔자는 “여행사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입국하고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패키지 여행 일정대로 아르헨티나에 입국할 때쯤이면 한국을 떠난 지 14일이 지나 무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여행 일정을 보면, 아르헨티나에 들어가는 건 오는 24일로 정확히 한국을 떠난 지 13일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김씨 부부는 여행사의 국내 사무실에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지금 후속 처리하느라 정신없다. 한국에 와서 얘기하자”는 답만 들어야 했다.

“미국에서 페루로 출발하기 전에라도 여행을 원만히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여행을 포기했을 거예요. 거짓말로 저희를 안심시키고 무리하게 여행을 진행한 여행사가 원망스럽기만 해요.” 김씨의 말이다.

해당 여행사는 생긴 지 20년 된 매출 64억(2018년 기준)의 중소기업인 혜초여행사다. 혜초여행사는 이번 패키지 여행에 대해 규정대로 처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담당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규정대로 잘 처리했다. 사안이 아직 끝나지 않아 현재 대책이 마련된 게 없다”며 “일단 여행객들이 한국에 돌아오면 시시비비를 가려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여행 #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