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 외출 자제 및 가게 휴업 요청 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의 정보를 온라인 상에 공개하거나 협박하는 행동을 하는 소위 ‘자숙 경찰’들이 등장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도쿄도 스기나미구 소재의 라이브 하우스 ‘코엔지 이치욘’의 주인은 가게 문에 붙어 있던 의문의 벽서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종이에는 ‘안전을 위해 긴급사태(국가 비상사태) 선언이 끝날 때까지 라이브 하우스를 자숙해 주십시오(운영을 자제해 주십시오). 다음에 발견될 경우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근처 사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주인은 이에 대해 ”(라이브는) 무관객으로 영업하고 있지 않고, 술도 음식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온라인) 발신 정도는 하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각박하다”고 말했다.
‘자숙 경찰’들이 벌이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수도인 도쿄도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7개 도도부현을 중심으로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이 전 일본으로 확산된 후부터 등장하고 있다.
NHK 등은 ‘자숙 경찰’의 화살이 휴업하지 않는 가게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나 번화가를 방문한 사람 등에게도 향하고 있다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의 2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고향인 야마나시현에서 고속버스로 도쿄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상에서 이 여성의 이름과 얼굴, 가족의 직업 등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공개된 개인정보에는 해당 여성의 확인되지 않은 성생활까지 적혀 있는 상황이다.
확진자에 대한 비방이나 중상 외에도 공원이나 가게 등 사람이 모여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 등에 올리며 ”외출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글들이 쇄도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주니치 신문은 ‘자숙 경찰‘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나고야시의 한 상점가 소식을 보도했다. 이 상점가의 상인협회는 영업 시간을 단축한 음식점이나 휴업 요청 대상에서 제외된 의류 매장이나 잡화점 등의 개점에 익명의 ‘자숙 경찰’들이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휴업을 해도 관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의류 매장 등은 눈물을 머금고 가게를 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문에 따르면 아이치현 경찰에게도 이 같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외출 자제인데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모여서 조개를 잡고 있다”는 등의 신고가 100번이 넘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차의 번호판을 찍어서 올리는 ‘자숙 경찰’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자숙 경찰’ 들의 행동이 과도하다며 비판하는 이들과 개인정보들을 SNS로 확산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이들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초 6일까지였던 긴급사태 선언을 이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4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