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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받고 나오던 91세 할아버지 인터뷰가 인터넷을 평정했다

마틴 케년 할아버지는 '영국식 화법'의 정수를 보여줬다. (그리고 알고보니 대단한 분이었다)

  • 허완
  • 입력 2020.12.09 14:52
  • 수정 2020.12.09 15:26
마틴 케년(91)씨.
마틴 케년(91)씨. ⓒCNN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의 관심이 8일(현지시각) 세계 최초로 화이자(Pfizer)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최초로 접종을 받은 90세 할머니 마거릿 키넌과 두 번째 주인공 81세 윌리엄 셰익스피어(진짜 이름이다)에 쏠렸다.

그러나 인터넷을 평정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미국 CNN이 영국 런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91세 할아버지 마틴 케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희가 지금 막 생중계 리포트를 준비하다가 이 어르신께 혹시 방금 백신 접종을 받으셨냐고 여쭤보았는데요, 받으셨다고 합니다.” CNN의 시릴 배니어 기자가 말했다.

케년 할아버지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영국인 특유의 간접 화법, 즉 ‘대단히 대단한 일도 대단히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영국인들은 엄청나게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고도 ‘나쁘지 않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 인터뷰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그러자 케년 할아버지의 놀라운 ‘과거’에 대한 제보도 등장했다.

91세인 영국 주민 마틴 케년은 오늘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았다. 그는 손녀딸과 곧 포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오래오래 살아서 크는 걸 보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어떻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게 됐냐는 첫 질문에 그는 세상 별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가이스 병원에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커서는 대부분 런던에서 살아서 잘 아는 병원인데. 그래서 제가 그거 뭐냐, 그 백신 접종 합니까?라고 물었죠. ‘맞습니다’ 그래요.”

″그러더니 저한테 이것저것 별로 재미도 없는 것들을 한참 물어요. 그래 저는 ‘맞다, 아니다, 맞다’ 뭐 그렇게 대답을 하고. 그러더니만 12시 반에 오라고 해요. 말할 것도 없이 빌어먹을 차 댈 곳이 없어서 좀 늦었지 뭡니까.”

″어쨌거나 여기(병원)에 왔고 안으로 갔더니만 대기자로 이름을 올려주데요. 그래 나는 나가서 좀 형편없는(rather nasty) 점심을 먹고 돌아왔더니 준비가 다 됐다고 합디다. 전혀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바늘이 나올 때까지 들어간 줄도 몰랐다니까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놀랍게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가진 81세의 할아버지였다. 코벤트리, 영국. 2020년 12월8일.
영국에서 두 번째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놀랍게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가진 81세의 할아버지였다. 코벤트리, 영국. 2020년 12월8일. ⓒASSOCIATED PRESS

 

케년 할아버지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 중 하나가 된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도 세상 별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그 와중에 접종inoculation과 예방접종vaccination의 차이를 잠깐 지적해주기도 했다.)

″아유 그런 건 전혀 못 느끼겠고... 이제 이 망할 병(코로나19)만 안 걸리면 좋겠네요. 나는 걸릴 생각 없습니다. 손녀딸들이 있는데 오래오래 살아서 크는 걸 보고 싶어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케년 할아버지도 오랫동안 손주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제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를 해줄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아무도 모르고 기자 양반이 처음”이라고 했다.

″가족들한테 가서 말해줄라고. 내가 오늘 내가 여기 왔는지도 몰라요.”

케년 할아버지는 ”별로 재미도 없는(very unexciting)” 접종 증명카드를 잠시 보여준 뒤 아마도 이날 인터뷰의 하이라이트가 될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케년 할아버지는 뉴욕타임스(NYT)에는 ”이걸 끝내놓으니 좋고 조금 우쭐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접종 과정 자체는 ”꽤 지루했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가장 영국적”이었던 케년 할아버지의 이 인터뷰 영상에 찬사를 보냈다.

오늘은 이 인터뷰가 다했다

CNN이 런던 길거리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사람 중 하나인 91세 마틴 케년을 만났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이제 이 망할 병(코로나19)만 안 걸리면 좋겠네요.”

‘형편없는 점심’부터 주차 문제에 이르기까지 마틴 케년 할아버지의 시각을 매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접종과 예방접종의 차이를 기자에게 설명해준 건 말할 것도 없고.

″별로 재미도 없는” - 방금 CNN에 나온 절제해서 말하기 장인 마틴

91세 마틴 케년 - 영국의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일을 계속하라)’ 정신의 걸어다니는 장인

마틴 케년은 완전 보물이다

마틴 케년은 가이스 병원에 전화를 했고 한 방 맞고 나와서는 국제적 슈퍼스타가 됐지

마틴 케년은 형편없는 점심을 먹었고 망할 주차 공간을 찾지 못했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나와서 꽤 기뻤어

″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마틴 케년은 제일 영국스러운 사람일 거야

마틴 케년. 내 영웅이자 영감을 주는 분.

이런 건 끝까지 다 봐야 한다. 영국의 정수

 

한편 인터뷰에 응하던 케년 할아버지의 뒤편에서 펼쳐진, 별 일 없는 런던 거리 풍경에 주목한 사람도 있었다.

미국 뉴스에 영국이 나와서 자랑스러운 부분 :

1.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2.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현관문을 들고 런던을 돌아다니는 사람

완전 정확한 런던 풍경이네. 항상 수많은 일이 멋대로 벌어지고 있는데 영국인들은 못 본 척을 하면서 그냥 자기 할 일을 계속하지

인터뷰 영상이 화제를 모으자 케년 할아버지의 남다른 과거에 대한 놀라운 제보가 나왔다.

케년 할아버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적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저항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며,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로 꼽히는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친구이고, 남아프리카 최초의 다인종 학교에서 초대 이사를 맡았었다는 것.

과거 보도를 보면, 이 제보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최고는 뭐냐면  마킨 케년은 유력한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활동가였고, 데즈먼드 투투(Tambo)의 친구였으며, 남아프리카 최초 다인종 학교의 초대 이사였다는 거다.

이 노신사에 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

마틴 케년은 런던에서 남아프리카 최초의 다인종 학교인 스와질랜드의 워터포드 학교의 최장수 이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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