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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감염병 전문의 "코로나19 이후에도 바이러스 번갈아 올 것"

"코로나19 상황 2~3년 갈 수 있다"

9월 4일 서울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광고 앞을 지나는 한 시민의 모습.
9월 4일 서울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광고 앞을 지나는 한 시민의 모습.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는 일상의 흐름을 분절해버렸다. ”힘을 내자” ”이겨내자”라 말하며 스스로를, 서로를 달래는 것의 의미도 많이 바랬다. 예측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2~3년 더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감염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그나마 억제되는 시점은 백신을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맞아야 시작이 될 텐데 백신 개발이 제대로 되려면 앞으로 1년~1년반의 시간은 걸릴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다.

아래는 코로나 상황, 그리고 전망에 관한 이재갑 교수와의 1문1답.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강남성심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9.4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강남성심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9.4 ⓒ뉴스1

-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방역수준이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다. 당분간 이렇게 갈까?

= 민간 전문가 입장에선 “3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하게 되는데 정부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그렇게 못 할 거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우리들이 “3단계가 필요하다”라고 하는 건 정부가 2단계 이상의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 정부는 적어도 2.5단계에 준하는 방법들을 만들어 가게 된다.

 

- 감염병을 잘 관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감염병 대응은 항상 ‘심각‘하고 ‘과감’해야 한다. 빨라야 하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선 각 국가 방역 수준을 환자 발생과 관련해 얼마나 높이는지를 계속 추적을 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3월 말에 전 세계 평가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방역을 높게 평가하면서 그 특징을 ”선제적이었다”라고 했다. 환자가 10명 발생했을 때 (방역수준의) 단계를 높이고, 100명 발생했을 때 또 높이고, 1000명 발생하기 전에 확 올려서 그 이내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 곡선을 그린 것의 이유를 방역당국의 선제적인 활동에서 찾았다. 다른 나라들도 그것이 한국의 저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UN)에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 개발 목표) 2020’ 보고서를 냈는데 여기에서도 보면 우리나라가 3T라고 하는, 그러니까 진단(Test), 역학조사(Trace), 치료(Treatment) 부문에서 미국, 독일 등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1등을 했다. 초반부터 진단역량을 강화하면서 추적도 열심히 했던, 그래서 환자발생 1차 유행을 빨리 잡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가 우리보다 보건 인프라가 훨씬 좋은 미국에 앞설 수 있었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신종 감염병에 선제적인 대응을 못 하면, 그러니까 미국처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5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방역 수준을 낮추겠다는 식의 얘기를 했고 그것이 전체적 사회적 거리두기의 느슨함을 조장했던 측면이 있었다(이후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 그러나 8월엔 중대본이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했고 방역 수준도 높였다. 경제적 상황도 생각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고 사람들도 ”우리나라는 방역을 잘 하니까 이제 좀 편하게 살아도 돼”란 인식을 하며 느슨해져 있었는데 더 큰 사회적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처럼 방역에 취약한 곳에서 집단감염이 빵 터져버렸다.

 

- 사랑제일교회 등은 왜 진작 통제가 되지 못한 걸까.

- 사랑제일교회는 일종의 반(反)정부적 성향을 띠고 있어서 정부당국의 방역정책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조정이 잘 안 됐다. 눈에 훤히 보이는 ‘방역의 구멍’이었는데. 집회는 금지했지만 이들이 안 따랐으니 당국이 결국 통제를 못 한 것이다. 중대본이 이곳을 닫아버리겠다고 하면 ”탄압한다” ”정치적인 판단이다” 이런 반발이 생길 테니까, 그래서 큰 소리 내기 싫어 못 건드렸던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4, 5월에 사랑제일교회가 예배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기는 발생하면 딱(집단감염이 된다)”이란 얘기들을 했다. 그러나 우리도 이렇게까지 많이 환자가 발생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 지금 코로나 유행의 변곡점은 언제쯤일까.

= 잘 모르겠다. 다만 코로나 사태는 앞으로 2~3년은 더 갈 것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코로나 유행이 완전히 끝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황이 억제되는 시점은 코로나 백신을 전 국민의 절반 정도는 맞아야 시작이 될 텐데 그렇다고 백신의 효과도 100%는 아닐 것이고. 집단감염의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dowell via Getty Images

- 백신이나 치료제가 임상 3상이 끝나고 대량 보급될 때 부작용이 나올 확률은?

= 백신이라는 것이 임상연구만 5~6년 해서 7만~8만명 정도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쌓일 때쯤 풀리는 것이다. 1만명만 대상으로 (임상시험을)해서 안 잡힐 부작용이 3만명을 대상으로 할 땐 잡힐 수도 있다. 그러나 1만~3만명 정도의 데이터론 심각한 부작용은 안 잡힐 수 있다. 갑자기 매스백시네이션(Mass Vaccination·일제 접종 프로그램)이 되어 전 국민을 다 맞게 하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얘기다. 중간에 백신 사고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면 백신 접종률이 갑자기 고꾸라질 수도 있고. 백신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고 그 사후 관리를 하는 것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러니 러시아나 중국 같은 경우, 승인을 빨리 하려는 미국의 경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내 백신은 언제나 나올까.

=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은 빨라야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 아직 멀었다. 그리고 개발을 했다고 해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반이 국내에 없다.

 

- 또다른 바이러스가 올까?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인플루엔자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를테면 코로나20, 코로나30 같은 것들, 이 두 가지가 번갈아 가면서 팬데믹 싸움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과 미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아쉬운 건 어떤 감염병이 터지면 반짝해서 뭔가(조직 등을) 만들다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1년 정도 안에 안정이 되고 좋아지면 지금 벌여놨던 사업들은 ”코로나 발생 없으면 쓸데없는 것 아냐” 이러면서 슬금슬금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평상시에 계속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그래서 평상시엔 연구개발(R&D) 등에 힘쓰면서 다음 바이러스에 대비하고 하는 식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지면 좋은데 이런 것들이 다 종합적으로,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기응변 식으로만 가면 곤란하다.

 

- 미국이 코로나에 난타당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인가?

= 미국은 좋은 인프라를 두고 활용을 못 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는 것만 선제적으로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일본도 똑같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애써서 무시하고 검사를 안해서 무마했다가 확진자가 확 늘었다. 그나마 일본의 정치력은 제로(0)인데 국민들이 노력을 해서 그나마 1차 유행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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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재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