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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02일 15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02일 15시 29분 KST

끝장 볼 것처럼 싸우는 것이 걸려요, 결혼해도 될까요?

단호한 러브 클리닉

skynesher via Getty Images
huffpost

Q 저는 한 대도시에서 사는 24살 여자입니다. 남자친구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소개로 만나 지금까지 연애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저보다 한 살 어립니다. 처음 같은 설레는 감정은 이젠 없지만, 6년째 되는 지금도 항상 만나면 정말 좋고 즐겁고 재밌습니다. 서로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와요. 주변 사람들이 너네는 6년 만난 것 같지 않게 아직도 달콤하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남자친구는 저를 만날 때부터 저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것이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는 ‘결혼 빨리하자, 꼭 결혼하자, 언제쯤 하자’라고 서로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더 부쩍 남자친구가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보라고 말을 꺼냅니다. 남자친구가 다니는 직장에서 그가 하는 일은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작업하는 것인데요, 이번에는 더 멀리 가요.
그는 거기서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곳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같이 결혼해서 가자고 합니다. 6년 동안 만나면서 서로 나쁜 일, 좋은 일, 슬픈 일 등 정말 수많은 일을 같이 겪고 또 겪었습니다. 서로 싸우다가 화가 나서 헤어지기도 무수히 많이 했어요. 그랬지만 ‘이 남자와 결혼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은 예전엔 명확했습니다. 늘 만나면 즐겁고 이 사람만큼 저를 이해해주고 잘 아는 이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지요. 늘 하는 “결혼하자”는 말에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했죠. 의심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진지하게 남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하니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의 말을 듣고 저도 진지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신나게 “예스”라는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그러는 저 자신에게 제가 놀랐어요. 왜 그런지 찬찬히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고민이 되는 건, 우리는 너무 불같이 싸운다는 점입니다. 불같이 서로 화내고 막 끝장을 볼 것처럼 싸웁니다. 정말 끝까지 가버리는 식으로 싸웁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매번 싸울 때마다 그러지는 않지만, 한 번씩 크게 싸울 때면 서로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막 해버려요. 욕도 해요. 결혼은 연애와 다르잖아요. 결혼하고도 그럴까 봐 걱정됩니다. 그런데 싸우고 난 후 서로 얼굴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 웃어 버립니다. 서로 한없이 좋아하게 됩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한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그 사람 따라 다른 지역, 낯선 지역에서 이 남자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지금 연애할 때도 이런 식으로 싸우는데, 결혼하면 혹시 지금보다 더 심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관계에서 다른 것은 문제가 전혀 없답니다. 다만 싸울 때 저도, 남자친구도 너무 불같이 화내고 싸운다는 것. 우리는 둘 다 성질이 너무 불같아요. 그것 이외에는 우리 사이에는 별문제는 없습니다.

저와 이 남자는 성격 차이가 너무 큰 걸까요? 너무 안 맞는 걸까요? 저, 이 남자 믿고 평생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결혼이라는 것을 해도 될까요?

결혼이 망설여지는 여자

A 6년간 곁에서 가장 친밀한 사이로 지내온 사람과의 결혼이 망설여지시는군요. ‘다른 건 다 마음에 드는데, 불같이 싸우는 것’ 때문에 말이죠. 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당신의 말은 당신이 이 사람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보여줍니다만, 마지막의 ‘이 남자 믿고 평생을 함께해도 될까요?’라는 말은 적잖이 흔들리는 마음을 보여주네요. 네, 잘 생각해야죠.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고 결정할 일이 아니며, 신중할 만큼 신중해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한 가지 실험이 있습니다. 존 가트맨 박사의 ‘러브 랩’이라는 실험인데요. 실제 커플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녹화해 분석하고, 해당 커플들이 보여준 대화 속의 어떤 요소들과 그 커플이 다음에 계속 잘 지낼지 혹은 결국 헤어질지 말지를 예측했던 실험이지요. 어떤 커플이 결국 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서로 의견 차이가 있거나,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가 관건이었다고 합니다. 비난, 방어, 경멸, 무시를 대화 속에서 드러냈던 사람들은 80% 이상이라는 높은 확률로 헤어졌다고 해요.

어떤 관계든 좋을 땐 모든 게 좋아 보이지만, 부정적인 상황으로 흘러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감춰져 있던 무언가를 알게 되는 것이죠. 그 무언가라는 건 ‘같이 가면 안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일 겁니다. 달콤한 로맨스의 기억은, 서로에게 막말을 주고받는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되지요. 그런 말들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더는 예전과 같은 마음일 순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서로 안 좋을 때 어떻게 대화하는지의 문제는, ‘그것만 빼면’ 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대부분의 이별과 고통은 결국 ‘서로 주고받는 말’ 때문에 일어나는데요. 이토록 중요한 것이 말인데, ‘다른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요? 다른 것을 볼 것도 없이, 이것 자체로 관계의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두 사람은 불행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는 겁니다.
이런 식의 폭발적인 감정표현과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운 화해 방식은 아마도 두 사람의 습관이자 패턴으로 굳어져 버리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욕을 하며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 이미 짐작하고 있는 거죠. ‘어차피 이따가 화해할 텐데 뭐’라면서요. 한 번 굳어진 패턴을 바꾸는 데에는 두 사람 모두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마 둘은 딱히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그래도 서로를 강렬하게 원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얼굴만 봐도 스르륵 화해되는 일이 가능했으니까요. 둘을 계속 함께하도록 만들었던 접착제는, ‘그래도 난 이 사람이 좋아’라는 오랜 커플 특유의 친밀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게 당신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사람은 변하는 존재이고, 관계도 변합니다.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어요. 처음엔 서로 욕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싸울 때 험한 말을 주고받게 되어 버린 이 관계처럼요. 저는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분명히 지금의 이 대화 패턴은 지속할 것이고, 그것이 연인일 때보다는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거라 생각해요. 예전엔 얼굴 보면 웃으면서 풀리던 것이, 결혼 후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니, 늘 하던 말로 주던 상처가 결혼 후엔 훨씬 커질 수 있거든요. 지난 6년이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친밀감도 커졌겠지만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생긴 상처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을 테죠. 내가 준 상처를 인정하기 싫으니, 내가 받은 상처도 말할 자격이 없게 되는 겁니다.

지금 중요한 건 결혼을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싸우는 일에 대해 그동안 미뤄왔던 중요한 숙제를 먼저 해야 해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두 사람이 어째서 대화 중에 이렇게까지 폭발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 서로 더 이해하며 이런 식의 대화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꾀하세요. 관계를 좀 더 좋은 쪽으로 돌려보려는 노력을 충분히 한 후에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으며, 그가 진심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지켜보세요. 그가 다른 지역에 가서 일하게 됐든 말든, 그가 결혼하고 싶어하든 말든 이건 당신 관계이고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는 이 정도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은 ‘이대로는 곤란해’라고 느끼고 있잖아요. 나의 확신이 아니라, 남의 확신에 기대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마세요. 혼란스럽지 않을 때, 정말 명료한 확신이 들었을 때 확신에 차서 결정해도 수많은 예측 불허의 파도를 맞닥뜨리고 그것을 두 사람이 함께 넘는 일이 결혼입니다. 파도가 올 때마다 서로에게 끝장을 볼 것처럼 싸우는 삶을 살고 싶으세요? 6년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대로 앞으로의 60년을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세요.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진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니까요.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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