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뜻을 기쁘게 배달할 것” :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 유언 받들어 매년 장학금 기부하는 남편이 있다

"함께 출근하고, 퇴근해선 서로에게 의지하곤 했던 일이 기억 나네요."
윤종섭 원장과 생전의 부인 김기숙씨(왼쪽), 아내인 고 김기숙씨의 유지에 따라 해마다 장학금을 기부하는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의 손편지.
한겨레/제천시 제공
윤종섭 원장과 생전의 부인 김기숙씨(왼쪽), 아내인 고 김기숙씨의 유지에 따라 해마다 장학금을 기부하는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의 손편지.

“3년 전 동짓날 지병으로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난 집사람의 유언을 받들어….”
윤종섭(69) 제천문화원장이 21일 사별한 아내 김기숙의 뜻에 따라 장학금 1080만원을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에 기부했다. 윤 원장은 2017년 12월 아내가 숨진 뒤 다달이 나오는 유족 연금 90만원을 모아 해마다 이맘때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2018년 6월에도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과 함께 보내온 손편지엔 윤 원장의 아내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지난해엔 “내 죽거든 우리의 삶을 위해 저축해 놓은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매월 수령하는 연금은 당신 몫이지만 이것 또한 연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길 소망한다”라는 아내의 유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 김기숙씨는 1977년 경기 고양에서 공직에 입문해 제천시 첫 여성 서기관이 됐고 2016년 미래전략산업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제천시 평생학습팀장 시절 인재육성기금 100억원 조성에 앞장섰다. 1980년 제천시에서 공직을 시작해 경제건설국장을 끝으로 2011년 퇴직한 윤 원장과 부부 공무원이었다.

“함께 출근하고, 퇴근해선 서로에게 의지하곤 했던 일이 기억 나네요. 아내는 큰딸아이 이름을 지을 때 ‘베풀 선’을 넣을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았어요. 남몰래 봉사도 많이 하는 등 참 좋은 공직자이자 좋은 사람이었어요.”


아내 김씨는 생전에 100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했고, 연고가 없는 노인을 10여년 동안 보살피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를 떠나보낸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네요. 날이 추워지니까 더욱 사무치네요.” 윤 원장은 자신을 행복한 집배원이라고 했다. 그는 “집사람의 순수한 유지가 가감 없이 집사람의 소중한 가치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앞으로도 영원히 아내의 뜻을 기쁘게 배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