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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29일 12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22년 03월 29일 12시 01분 KST

쿠팡이 입점업체 대상으로 권유한 '쿠팡체험단'의 진실은 댓글 리뷰 1개당 10만원에 사는 거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게티이미지/한겨레
자료사진.

“크…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상품(콩자반) 최고네요!”

“때마침 쿠팡에서 공급하는 가벼운 롱패딩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로켓배송을 요청했다. 가벼워서 좋다.”

쿠팡 상품에 달린 댓글들이다. 입점업체가 건당 10만원씩 주고 산 ‘유료 상품평’이다. 쿠팡이 일반 회원들 중에서 선정한 ‘쿠팡 체험단’이 입점업체 상품을 받아 사용해본 뒤 이런 상품평을 달아준다. 쿠팡은 체험단을 붙여주는 대가로 입점업체로부터 댓글 10개당 100만원을 챙긴다.

쿠팡에겐 이것이 쏠쏠한 ‘부수입’이지만, 입점 상공인들 사이에선 과도한 부담에 대한 원성이 이어진다. 공룡 플랫폼 쿠팡의 체험단 이용 ‘권유’를 입점업체가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법 등의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독자 제공
쿠팡이 최근 입점업체에 보낸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안내문.

10만원짜리 댓글 파는 쿠팡

쿠팡이 최근 입점업체에 보낸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안내문을 보면, 쿠팡은 평소 상품평을 많이 쓴 충성 고객들을 쿠팡 체험단으로 선정해두고, 이들이 입점업체의 물건을 받아 사용후기를 달도록 알선한다. 쿠팡은 안내문에서 “엄선해 선발한 고객체험단의 객관적인 상품평을 통해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 매출과 상품 인지도를 높인다”고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쿠팡은 체험단이 쓰는 “유용한 댓글들”이 입점업체 매상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 전체 댓글 숫자가 늘수록 검색 결과 윗줄에 노출되고, 다른 고객들이 느끼는 신뢰도 커진다는 것이다. 쿠팡은 안내문에서 “상품평은 고객이 구매 결정을 내리고 상품이 상위 노출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상품평이 많을수록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체험단 이용을 독려했다.

입점업체는 체험단 댓글을 개당 10만원에 산다. 대개 10개씩 총 100만원(부가세 포함 시 110만원)에 계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수료는 체험단이 아닌 쿠팡이 전액 가져간다. 체험단에 제공하는 상품 값까지 고려하면, 입점업체가 체험단 프로그램을 한 번 진행하는 데 최고 150만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입점업체들은 체험단 상품평의 판촉 효과가 크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신제품의 추가 입점 등을 결정하는 브랜드 매니저(BM)들이 체험단 이용을 권해오기 때문이다. 입점업체들의 ‘갑’인 이들이 체험단 가입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다.

쿠팡 입점사인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외부 바이럴 업체를 끼고 ‘블로그 체험단’ 등을 쓰는 데는 포스팅 하나에 5만원도 안 드는데 (쿠팡체험단은) 비용이 과도하다”면서도 “비엠이 ‘매출이 더 적은 곳도 체험단을 쓰고 있다’며 은근히 압박을 해오니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룡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 소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와 무관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이런 시스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지 못하게 한다. 입점업체들이 향후 판로 등에 불이익을 우려해 비자발적으로 체험단 댓글을 샀다면, 플랫폼 사업자인 쿠팡의 ‘거래상 지위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입점업체는 댓글의 광고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음에도 (댓글을 사) 돈을 내야만 새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받아들였을 수 있다. 이 경우 쿠팡이 플랫폼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독자 제공
쿠팡이 입점업체에 보낸 ‘쿠팡체험단’의 댓글 예시. 모든 댓글이 별 5개 ‘만점’을 줬다.

실제로 다른 대다수 이커머스 회사들은 위법 우려로 댓글체험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체험단을 두더라도 입점업체가 수수료 없이 상품만 무상으로 제공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이커머스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쿠팡식 사업모델을 알고 있지만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플랫폼이 댓글 체험단 운영에 따른 대가를 직접 챙기면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입점업체들은 쿠팡 상품평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쿠팡은 그동안 상품평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쿠팡의 상품평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주장해왔다. 체험단 안내문에서도 체험단 상품평에 대해 “객관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짜 상품’을 받아서 쓴 댓글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쿠팡은 안내문에서 “한 상품당 10개 이상의 체험단 상품평이 달리면, 기타 고객들이 광고성으로 인식해 구매전환에 역효과”라며 많은 수의 댓글을 한꺼번에 구매하지 말라고 권했다. 체험단의 댓글이 ‘긍정’에 치우친 광고로 인식될 수 있음을 쿠팡도 알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쿠팡체험단의 기능에 대해 “협력사가 쿠팡에서 새 제품을 런칭할 때, 쿠팡 직원들이나 회원들에게 먼저 상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후기를 통해 고객들의 쇼핑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참여는 전적으로 입점업체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체험단 댓글들의 객관성에 대해서는 “쿠팡체험단은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직접 체험한 내용을 리뷰로 작성하는 것이며, 객관적인 리뷰를 원칙으로 한다”며 “쿠팡의 상품평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쿠팡체험단이 후기를 작성한 경우 (체험단의 후기라는 점을) 반드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