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 센터 화재 발생 5시간 뒤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쿠팡 의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7일 새벽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36시간여 만인 18일 오후가 돼서야 큰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그 와중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론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17일 새벽 5시 30분께였다. 이후 화재 2시간 40분만인 오전 8시 19분경 큰 불길은 일단 잡았던 것으로 발표됐다. 김 의장이 사퇴를 표명한 것이 11시였으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광주 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은 물류센터 지하 2층 내 잔불 정리작업을 하다 11시 50분쯤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화재가 완전히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내 직책 사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게 적절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이 국내 공식 직책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을 놓고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한국 쿠팡의 공식 직위가 없으면 책임 소재를 따지기 힘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을 사임한 것은 지난달 31일로 이번 화재 사고와 무관하다”며 ”김 의장의 사임이 외부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당일 관련 보도자료를 서둘러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쿠팡은 기존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과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이 신규 등기이사로 합류해 운영된다.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