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고향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가 최초 기획 배경에 군부의 언론통제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18일 MBC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에 출연한 전원일기 최초 기획자인 이연헌 전 PD는 당시 ”군부에서 검열을 했었다”며 ”(보도해도 되는지) 도장을 받고 와야 하고, 뭔가 아니면 빨간 줄이 쫙쫙 그어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연헌 전 PD는 “TV프로그램이나 신문이나 다 그랬었다”며 사회적인 상황을 조금이라도 담으면 ‘안 된다’는 통제가 날아들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다시피 현실과 동떨어진 농촌 드라마를 기획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군부의 언론통제에도 제작진은 어떻게든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양파 파동이 벌어지자 이를 극에 담았던 것.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전원일기 연출을 맡았던 김한영 전 PD는 ”양파가 과다 생산돼서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땅에다 파묻고 난리가 났었던 시절이었다. 그걸 우리가 겁도 없이 방송했었다”며 ”양파를 갈아엎는 농부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PD는 ”다음 날 아침 곧바로 기관에서 나와서 테이프를 압수해갔다”며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해 2002년 12월 29일까지 1088부작이 방송된 최장수 드라마로 김혜자, 최불암, 김용건, 김수미, 고두심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해 열연을 펼쳤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