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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가 가장 행복한 나라 중의 하나인 이유

그렇다고 빈부격차가 특히 낮은 국가도 아니다

  • 김태성
  • 입력 2018.09.10 14:30
  • 수정 2018.09.10 14:41
100세 할아버지 프란체스코 고메즈.
100세 할아버지 프란체스코 고메즈. ⓒMONICA QUESADA FOR HUFFPOST

100세 할아버지 프란체스코 고메즈는 몸이 아주 불편하지 않은 한 일요일마다 딸의 차를 타고 지역센터로 향한다. 목적은 춤이다.

농부이자 목장 주인인 그는 목동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지만, 지역센터를 다니기 이전까지는 춤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내를 올 초에 잃은 그에겐 노인들과 사회복지원들이 함께 섞여 춤추는 이 모임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는 허프포스트에 ”이전보다 더 행복하다.”라며 ”온종일 집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발길을 끄는 이런 무용 행사의 목표는 노인들의 더 활동적인 삶을 유도하여 그들의 사회적 도태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코스타리카 보건복지부가 2010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노인복지를 위한 진보 주목 네트워크‘가 그 운용을 맡고 있다. 코스타리카 전역에서 실천 중인 프로그램이지만, 할아버지가 사는 니코야에서 특히 활발하다. 니코야는 코스타리카의 태평양 쪽 해안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세상에 다섯 개밖에 없는 ‘파란 지역(blue zone)’, 즉 장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니코야인의 오래 사는 비결은 명확하지 않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과학자들은 니코야인들의 높은 영성(spirituality)과 강한 문화적 및 사회적 연대가 반도에 사는 이들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니코야 건강복지부 대표 지니아 코르데로 박사는 진보 주목 네트워크와 같은 프로그램이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인 노인복지를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삶에 대한 욕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일이다.”라며 ”그런 건강 이슈는 개인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에게도 중대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니코야 건강복지부 대표 지니아 코르데로
니코야 건강복지부 대표 지니아 코르데로 ⓒMONICA QUESADA FOR HUFFPOST

코스타리카에서는 노인의 웰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 당선된 코스타리카 대통령 카를로스 알바라도가 캠페인 당시 노인복지를 공약으로 걸었을 정도다. 지난달 니코야를 방문한 알바라도는 고메즈를 비롯한 14명의 노인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어떻게 지역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5월에 임기를 시작한 알바라도는 국민 복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코스타리카 리더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또 한 사람이다. 코스타리카는 20세기 중반부터 모든 시민에게 공공보건 혜택과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시민 100%에게 전기를 보급하는 유일한 중미 국가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복지정책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가장 행복한 나라 대열에 꾸준히 포함돼 왔다. 2018년 갤럽 세계 조사(행복감에 대한 자가보고의 기준치)는 응답자들에게 자신의 행복 지수를 0에서 10 사이로 평가하라 했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의 평균 행복지수는 7.07로 나왔다. 세계적으로는 13번째 가장 높았고 남미/중미에서는 가장 행복한 나라였다.

니코야 지역의 논
니코야 지역의 논 ⓒMONICA QUESADA FOR HUFFPOST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대부분은 비교적 부유한 국가들이다. 코스타리카는 예외다. 중간층 소득 국가 중에서 자가보고 웰빙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며 국민소득 대비 행복도가 유별나게 높은 곳이다. 코스타리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59,531을 크게 밑도는 $11,63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코스타리카가 미국보다 더 높다.

행복 전문가이자 라틴아메리카 사회과학재단의 교수인 마리아노 로하스의 말이다. ”코스타리카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좋은 예다.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돈을 쓰는 게 관건이다.”

코스타리카는 1948년에 국방부를 아예 폐지했다. 대신 교육과 국민건강, 연금에 그 예산을 투자했다. 지도자들은 계속 바뀌지만 이 같은 국가제정 운영방침은 한결같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의하면 코스타리카는 국민소득 대비 교육부문 예산이 가장 높은 국가로 2위다.

평균 수명도 높다. 코스타리카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국가의 평균수명은 만 81세다(세계보건기구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79.6세였다). 미국을 포함한 더 부유한 일부 국가보다도 더 높은 평균이다. 미국의 평균 수명은 78.6세이고 그것도 내려가는 추세다.

코르데로는 ”우리나라의 높은 평균 수명은 국가의 정책 의지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위상과 상관없는 모든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를 더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할 하에 있는 니코야의 라아넥시온 병원
보건복지부 관할 하에 있는 니코야의 라아넥시온 병원 ⓒMONICA QUESADA FOR HUFFPOST

정부 관할 하의 병원 및 보건소 제도는 외딴곳에 사는 코스타리카인들에게까지도 일반 의료서비스는 물론 응급 의료서비스까지 지원한다. 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며 최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코스타리카인까지 이 의료제도의 혜택을 보기 때문에 그들의 기대수명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미국인보다 더 높다.

그런데 사실 코스타리카도 빈부격차가 상당히 심한 나라다. 다만 국민 모두를 보호하는 복지제도 덕분에 의료를 포함한 다른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차별을 덜 느끼는 것이다.

로하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돈이 더 많거나 적다고 상대방을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 이건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더 큰 집, 더 비싼 자동차로 사회적 계층이 구별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르다는 뜻이다.”라고 코스타리카의 장점을 들었다. 

로하스에 의하면 코스타리카인들은 돈보다는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이다. 그녀는 코스타리카인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비해 가족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갤럽의 월드 조사가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코스타리카인의 85% 이상이 매일 사랑과 친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물론 숫자로만 행복을 정의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코스타리카인들은 퓨라비다(pura vida)라는 말로 삶의 행복감을 표현한다. 직역으로는 ‘순수한 삶’이란 뜻이지만 느긋하고 평화로운 코스타리카인들의 인생관을 의미한다.

노인을 위한 무용 행사가 왜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고메즈 할아버지는 ”그건 나에게 ‘순수한 삶’이니까”라고 곧바로 대답했다.

ⓒMONICA QUESADA FOR HUFFPOST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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