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5월 13일 14시 41분 KST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집과 도시를 바꾸고 있다

공공장소에는 칸막이가 생기고, 도로에는 차가 줄어든다

Irina Vodneva via Getty Images

1918년 스페인 독감은 ‘화장실 문화’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다리 아래쪽 먼지와 고인 물을 닦기 힘든 이동식 욕조 대신 붙박이 욕조를 들이고, 손님에게 바이러스가 옮을세라 손님용 작은 화장실을 따로 두기 시작했다.

생명윤리학자 엘리자베스 유코는 지난달 시티랩 기고글에서 “앞으로 주택 구매자들은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 집을 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족이 병에 걸려 자가격리를 해야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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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서 각각 격리 생활을 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건축 디자인은 물론 도시 지형 자체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전세계 도시들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는 한편,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시설물을 늘리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0일 이런 변화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팬데믹 이후 우리의 도시들은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SSOCIATED PRESS
5월5일 프랑스 파리 생라자르 기차역에 거리두기를 위해 바닥에 한 명씩 서 있을 곳을 표시해둔 모습

눈에 띄는 변화는 ‘도로’에서 감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이행 편의를 위해 각국 정부가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자전거 및 보행 도로 확충에 속속 나서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가 보행자·자전거 이용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전체 도로 10%에서 차량 이동을 금지하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가 47마일(75㎞)의 임시 자전거 도로를 개설했다. 친환경 운동가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차 없는 도시’의 꿈에 한발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각종 시설물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디자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감염을 우려해 공원들이 폐쇄되자, 칸막이 구실을 하는 90㎝ 수목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각각의 입구로 한 사람씩 들어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밀라노에선 특수 아크릴수지로 가림막을 설치해 옆 사람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한 벤치가 설치됐다. 체코에선 식사용 야외 테이블 주변에 노란색 동그라미 선을 친 ‘미식 안전 존’이 등장했다.

도시 환경 전문가인 세라 젠슨 카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공 시설물의 설계·배치를 재정립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코로나19 사태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 도시 계획 자체를 하루아침에 뒤바꾸긴 쉽지 않으리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