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백신 개발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이 하나둘씩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를 끝내기 위해 전례없는 수준의 자원과 노력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입된 덕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인류 앞에 또 하나의 만만치 않은 산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 즉 백신 접종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라는 산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AP가 미국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12월3일~7일 실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117명 중 접종을 받겠다는 사람은 47%에 불과했다. 26%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고, 2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려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아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초기 접종 물량이 완전히 검증됐을 것이라고 신뢰한다는 사람은 응답자 10명 중 3명꼴에 불과했다. 3명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머지 4명은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당분간 백신 접종 상황을 지켜보면서 부작용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사람들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케빈 벅(53)씨는 ”불안감이 꼭 맞는 표현”이라며 ”(백신에 대해) 약간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들이 결국에는 접종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간 (백신 개발을) 서두른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물론 서둘러야 할 전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뭘 믿어야 좋을지 잘 모르고 있다고 본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반면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 중에서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했다.
접종을 받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는 30% 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나빠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5% 가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자체가 그다지 심각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약 70%는 백신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의 43%는 백신 접종으로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우려라고 AP는 짚었다.
인종과 지지 정당에 따라서도 차이가 컸다.
백인 응답자 중 백신을 접종 받겠다는 사람은 53%였지만 흑인과 히스패닉에서는 같은 응답이 각각 24%, 34%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자 중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은 60%에 달했지만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같은 응답이 40%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 1 가량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는 게 ‘졸속 개발’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및 민간 자금이 투입됐고, 이미 축적된 백신 관련 연구개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극적으로 단축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백신 부작용의 경우, 화이자와 모더나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접종 후 일부 나타나는 발열과 피로감, 통증 같은 증상은 다른 백신들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댈러스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랠프 마르티네즈(67)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그들이 우리에게 해를 입힐 무언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