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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입국금지 조치 발표 이후 미국 공항에서 대혼돈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다른 승객들을 구분하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는 증언.

  • 허완
  • 입력 2020.03.16 13:45
  • 수정 2020.03.16 13:46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 2020년 3월15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 2020년 3월15일. ⓒASSOCIATED PRESS

미국 정부가 유럽발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주말 내내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는 대혼란이 빚어졌다. 검역 강화 조치에도 인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서 엄청난 규모의 대기줄이 형성된 것이다.

승객들은 착륙 이후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빽빽하게 줄을 선 채 몇 시간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으며, 이 때문에 연결 항공편을 놓치는 사례도 속출했다.

CBS뉴스NBC뉴스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 뉴욕 JKF 국제공항 등 미국 전역의 13개 공항에서는 밀려든 승객들로 큰 혼잡 사태가 초래됐다.

유럽발 여행객 입국금지 조치로 귀국을 서두른 미국인들이 한꺼번에 공항에 몰린 데다 강화된 검역을 소화할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탓이다.

프랑스에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들어온 베스 칸더(38)씨는 입국 절차에 5시간이 걸렸다며 착륙 한 시간 전에야 기내 방송을 통해 검역 강화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NBC에 말했다.

 

국토안보부(DHS) 장관 직무대행 채드 울프는 트위터에 공식 입장을 내고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검역 작업에 투입될 인원을 신속하게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랜드연구소에서 선임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셰릴 버나드는 WP 기고문에서 자신의 입국 경험을 소개하며 검역은 체온 측정과 간단한 질문이 전부였고, 입국심사 대기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적었다. ”다수의 사람들은 기침을 했고, 재채기를 했고,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영국 런던을 거쳐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들어왔다는 그는 입국심사대에 이르렀을 때에야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전용 심사대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들과 일반 승객들과의 접촉을 막을 어떠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앞줄에 이르러서야 여섯 개밖에 안 되는 입국심사대가 운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왼쪽에는 덜 분주한 심사대 두 곳이 추가로 마련되어 있었다. 보통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심사대로 운용되던 곳인데 지금은 이들도 나머지 사람들과 섞여있었다. 보안 요원에게 이 줄에 대해 묻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그룹들을 위한 어떠한 분리 장치도 없었다. 플라스틱 시트는 커녕 약간의 거리조차도 없었다. 대기줄이 왼쪽으로 굽으면 감염된 사람들과 불과 몇 인치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3월15일)

그는 ”공항들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여행금지 조치가 발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덜레스 공항은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무능이 초래한 재앙의 축소판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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