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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27일 18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2월 27일 18시 35분 KST

'입국금지'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효과에 대한 과학자들의 결론은 이렇다

국내에서도 '중국 입국금지'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대구 동성로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0년 2월27일.

″바이러스의 발원지,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어디인가. 중국이다.” 27일, 미래통합당 조경태 최고의원이 ‘중국 입국금지’를 정부에 요구하며 말했다.  

″즉, 중국이 끝나지 않으면 이 사태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따라서 중국인과 중국을 경유하는 외국인은 지금이라도 당장 전면 차단하시라.”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중국발 입국자들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입국자들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입국금지 조치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im Hong-Ji / Reuters
인천국제공항 입국자들에 대해 발열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2020년 1월3일.

 

입국금지 조치의 전염병 확산 방지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

 

그동안 각국 정부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관련 국가들에 대해 여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해왔다. 2002-3년 사스(SARS) 때도, 2009년 신종플루 때도, 2014년 에볼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레 이같은 조치가 실제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느냐는 문제는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주제가 됐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대체로 하나로 모아진다. 

‘초기 확산 시점을 어느 정도 지연시켜 대응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 만으로는 바이러스 유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으며 일단 지역 내 감염이 퍼지면 효과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여행(이동) 제한이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확산이나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몇 주 또는 몇 개월 늦출 수는 있지만, 이것이 지리적으로 특정한 지역에서의 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2014년 9월, 영국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 때 세계 각국에서 단행된 입국금지 조치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같은 정책이 ”(전염병) 통제는 물론 감염 속도를 늦추는 데 있어서도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라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대와 존스홉킨스대 연구진 역시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발표한 논문에서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있어서 입국금지(여행금지) 조치의 효과를 입증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와 2002-3년 사스(SARS) 사태를 분석한 결과다.

주저자인 니콜 에렛 워싱턴대 교수는 ”여행금지가 전염성 질병의 국가 내 유입을 며칠에서 몇 주 늦출 수도 있다는 일부 근거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여행금지가 질병의 국경 통과 (유입) 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고 볼 만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관련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향후 전염병 유행 사태에 대비해 더 많은 자료가 축적·수집되고 연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David Mercado / Reuters
볼리비아 라파즈 외곽 엘 알토 공항에서 보건부 장관이 체온 측정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남미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2020년 2월26일.

 

입국금지 조치의 ‘제한적 효과’


입국금지 조치가 바이러스의 유입이나 확산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해서 전혀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 며칠이라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그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미리 병상을 확보하고, 의료진을 교육시키고,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하버드대 마크 립시치 교수(전염병학)는 ”(코로나19에) 오늘 감염되는 것과 6개월 뒤에 감염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에 감염되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고 사이언스매거진에 말했다.

그러나 이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시점이다. 입국금지나 이동 제한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될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연구진들이 최근 내놓은 논문(아직 정식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을 살펴보자. 이들은 자체 설계한 ‘모델링’을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진원으로 꼽히는 중국 우한의 봉쇄 조치와 여행금지 조치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한에 대한 ‘봉쇄령’이 단행된 1월23일에는 이미 바이러스가 중국 주요 도시들로 퍼진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봉쇄 조치가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다소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뒀을 뿐”, 막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전반적인 확산 속도가 “3일에서 5일 정도 지연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연구진들은 모델링에 따르면 우한으로의 여행을 금지하고, 우한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가 2~3주 뒤 다른 국가들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실제 나타난 결과 그대로다.

워싱턴대/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여행금지가 전염병 확산을 1주에서 2주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지만 전체 발병건수를 기준으로는 3% 낮추는 정도로만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Nacho Doce / Reuters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여객기의 탑승객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 최대 코로나19 발병국으로 떠올랐다. 2020년 2월26일.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소용 없다’

특히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당연하게도) 입국금지 조치는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1주일 동안 지금과 같은 속도로 (코로나19 확산) 소식이 계속된다면, 여행제한은 더 이상 핵심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다.” 립시치 교수의 말이다. 

한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26일 국회에 출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을 다녀온 한국 국민에 의한 감염이 국내 확산 사태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방역의 관점에서만 따지면 사실과 다른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을 기준으로 중국 내 신규 확진자수(412명)보다 나머지 국가들에서 추가된 확진자수(459명)가 처음으로 더 많아졌다고 집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의 효과나 의미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된 시점부터는 ‘봉쇄’가 아니라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방역대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내 피해(희생)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집단감염이 벌어진 장소에 대한 부분적인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신속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이언스매거진에 따르면, 옥스포드대 크리스토퍼 다이 교수(감염병학)는 지금은 방역대책을 수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내 전파를 늦추거나 다른 국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국 관리를 강화하는 등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봉쇄(containment)’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미 전 세계로 퍼진 이상 여행제한의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SSOCIATED PRESS
이라크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이란에서 출발한 여객기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국가다. 나자프, 이라크. 2020년 2월21일.

 

정치인들이 입국금지 정책에 ‘끌리는’ 이유 

입국금지나 여행제한 등을 통한 국경 통제 정책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여전히 그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워싱턴대/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가장 최근 사례인 2014년 에볼라 유행 때도 여행금지(입국금지)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있었고 여행금지는 향후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도구로 계속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이 조치가 사회적, 경제적, 보건학적, 정치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결과를 감안하면 어떠한 정책 결정이든 그에 따르는 상충 관계(tradeoff)들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고려해 이뤄져야만 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영국 연구진들은 정부 당국자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눈에 보이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직관적으로 끌리기” 때문에 입국금지를 시행한다고 분석했다. 즉, 실제 효과보다는 정치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미국 조지타운대 오닐국제의료법연구소 마라 필링어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정책 결정자들이 여행금지에 끌리는 또다른 이유는 정치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대유행) 위협을 마주한 정부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그들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비춰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을 할 때 (입과 코를) 가리라고 권장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보건당국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더 극적인 행동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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