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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39도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받았다 (코로나19 검사 후기)

내가 좋아서 쓰는 글| 코로나19 검사 후기

내가 좋아서 쓰는 글| 편집장도, 누구도 나에게 이걸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때는 바야흐로 목요일인 4일 오후. 운동까지 다녀와 몹시 상쾌한 몸이었건만 어느 순간부터 열이 나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근육통 같았다.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 조퇴하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 겨우겨우 업무 시간을 버티고,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요새 26개월 조카 돌보는 일(10살 조카가 한명 더 있어서 26개월짜리를 다 돌보면 이 아이와도 춤추고 최선을 다해 놀아야 한다)을 마치 부업처럼 하고 있어서 몸이 무리했던 걸까.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다. 하지만 밤새도록 30분 단위로 깼다. 추웠고, 토할 것 같았고, 몽둥이로 누구한테 맞고 있는 것처럼 아팠다. 

ⓒkbeis via Getty Images

아침이 되어, 회사에 연차를 내고 병원 여는 시간만 기다리다 겨우겨우 씻고 병원으로 향했다. 100m도 안 되는 거리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진 걸까. 있는 힘을 다 짜내 5층에 있는 내과로 들어서 ”몸살감기 같아요”라고 말씀드리니 체온 검사를 한다. 결과를 본 간호사가 순간 놀라는 표정이 된다.

 

“39도예요. 저희 병원에서는 진료를 보실 수 없으니 사거리의 OO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 코로나 시대라서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또 있는 힘을 다 짜내어 OO병원으로 걸어갔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고열이라며 병원 밖의 천막 진료소에서 진료를 봐야 한단다. 병원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병원 입구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30분을 기다렸다.

30분가량 기다려 천막 진료소에 들어가니 의사가 묻는다.

 

″최근에 해외 다녀오신 적 있나요?”
″아니요.”
″이태원 다녀오신 적은요?”
″전혀 없어요.”
”흠.. 그래도 이건 너무 고열이라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요. 소견서를 써드리겠습니다.”

 

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내가????????? 직업이 이래서 코로나19 기사를 날마다 보고, 쓰고 있지만 내가 미처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가장 근처에 있는 보건소로 안내받았다. 나는 정말로 택시를 타고 싶었으나, 코로나19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은 마당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터덜터덜 걸어갔다. 몸은 흐물흐물거리고, 정신은 그야말로 메롱이니 여기가 바로 지옥으로 가는 입구로구나….

20여분을 걸어 겨우 도착한 OO보건소 선별진료소. 기사에서만 보던 ‘워킹스루’ 방식의 검사 시설이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쯤으로 몹시 빠른 시간에 갔다고 생각했건만, 이미 스무명 되는 사람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친절한 청년이 날 보자마자 소독제를 권유하고, 위생장갑을 끼라고 한 뒤, 관련 서류 작성을 안내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자매근린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워킹스루 현장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자매근린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워킹스루 현장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30분여가량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 눈에 띈 것은 이곳에 근무하는 분들의 성실함과 일 잘함이었다. 순차적으로 사람들에게 안내를 하고, 학생/해외입국자는 좀 더 빠르게 검사를 받게 했으며, ”이게 무슨 서류라고??” 다짜고짜 반말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시민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다시금 안내 사항을 친절하게 전달하며 쉴새 없이 뛰어다녔다. 한 구급 대원은 학교에서 학생을 직접 데려왔는지, 학생을 의료진에게 인계하며 살뜰히 챙겼다. ‘덕분에 챌린지는 저런 분들을 위한 것이구나’ 고열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순간 존경심이 느껴졌다.

 

드디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1차적으로 의료진이 칸막이 너머로 묻는다. ”증상이 언제부터 있었나요? 증상 발현 이후에 접촉한 사람은요?” 체온을 한번 더 재더니 검사실로 안내한다. 기사에서만 접해오던 워킹스루 검사실이다. 플라스틱 칸막이 너머로 의료진이 중무장을 한 채 앉아있다. 그리고 약 20cm 길이의 면봉이 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너무 무섭다) ‘이걸 빨리 해치워야 집에 돌아가 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입을 아 하고 벌리세요”

 

‘편도선염 때문에 병원 갔을 때 몇번 해봤던 거랑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깊었다. 훨씬 깊숙이 찔러넣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가 ”앞으로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약 20cm 길이의 면봉 중 최소 10cm 이상을 집어넣어야 한다더니....

ⓒShivendu Jauhari via Getty Images

″천장을 보세요”

 

이번에는 코였다.

 

‘아아아 제발.. 제발..제발 그만 쑤시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깊숙이 찌르고, 찔러댔다. 눈물이 찔끔 나오던 찰나, ”끝났습니다” 의사가 말한다.

 

″누구랑 사시나요?”
″혼자요”
″지금부터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해야 하니 관련 규정을 지켜주세요”
″그런데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요. 마트만 잠깐 다녀와도 될까요?”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요?”
″네..”
″그럼 최대한 빨리 마트만 이용하세요”

 

뙤약볕에 39도의 몸으로 20여분간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겨우 걸어왔다. ”구급차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매달리고 싶었으나, 나보다 급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말조차도 할 힘이 없어 그냥 집에 걸어오는 걸 택했다.

설마 코로나19는 아니겠지?? 내가 어딜 다녔다고 코로나야??? 아냐, 감염경로 모르는 환자 비율도 9%나 된다는데 나도 그 사람들 중 한명일 수 있잖아.. 근데 내가 코로나19면 어떻게 되지? 회사 전원 자가격리에, 내가 다니던 복싱장이 폐쇄될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음료를 사기 위해 들른 편의점이 폐쇄될 것이고, 오빠가 운영하는 회사가 폐쇄될 것이고, 이제 막 등교를 시작해 기뻐하는 초등학생 조카가 또 학교를 못 가게 되고, 그 학교의 아이들도 학교를 못 가게 되고, 그 학교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오마이갓...

만에 하나 양성 판정이 나왔을 시 맞이하게 될 결과가 너무나도 끔찍했다.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코로나19면 어떡하나 걱정하다가, 커피 사 먹고 싶지만 커피숍 폐쇄될까 봐 걱정하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혼자 소파에서 몸부림을 치던 순간. 문자가 날아왔다.

6일 오후 6시 30분경 날아온 문자. 검사를 받은 지 약 8시간 만이었다. 
6일 오후 6시 30분경 날아온 문자. 검사를 받은 지 약 8시간 만이었다. 

띠로링. 음성!!!!!!!!!!!!!!!음성인 것이다!!!!!!!!!!!!!

 분명 검사 결과는 내일 나온다고 했는데, 검사 받은 지 반나절 만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 행정력, 의료실력 최고다!!!!!!!!대박이다!!! 국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이 순간만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7일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온 지 바로 이튿날이다. 비록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전과 달라진 게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는 상황 +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걸림으로써 초래하게 될 상황의 무시무시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마스크 쓰기의 귀찮음’을 극복하고 귀가 떨어져 가는 아픔이 있어도 기꺼이/즐겁게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빌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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