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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 후유증으로 미각과 후각을 잃어버린 음식 블로거의 경험담

후유증은 몇 개월 동안이나 지속됐고, 나는 맛과 냄새를 느끼는 방법을 다시 처음부터 알아가고 있다.

ⓒNuthawut Somsuk via Getty Images

나는 정말 음식을 좋아하고 먹는 거에 집착하는 편이다.

처음 이가 나던 아기 시절부터 난 먹는 걸 좋아했다. 어릴 때 부모님한테 몇 시냐고 묻곤 했는데, 사실 배가 고프니 밥 먹을 시간 아니냐는 뜻이었고 부모님도 이를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에 대한 열정도 더욱 커졌다. 나는 음식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전에 음식 블로거가 됐다. 그렇다. 입에 넣은 모든 걸 전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그런 거슬리는 음식 블로거가 바로 나다. 심지어 5년 전 내 결혼식 때는 하객들을 위한 요리책도 직접 썼다.

그러나 38세인 지금,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나의 인생은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전부 바뀌었다. ‘이상후각’(냄새를 맡을 수는 있으나 다른 냄새로 잘못 느끼는 증상)과 미각 상실로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됐다. 이런 증상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나도 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리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영국에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내려진 3월, 우리 가족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내 남편은 거의 증상이 없었고, 내 딸은 기침을 하고 하루종일 열이 났다. 반면 나는 모든 증상이 3주 동안 지속됐다. 마침내 몸 상태가 조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느꼈을 때, 나는 내가 미각과 후각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은 이건 나 같은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어떤 일이 뒤따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지난 6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 달 동안 내 몸에서 빠져나갔다고 믿고 있다가 갑자기 아주 이상하고 불쾌한 냄새가 계속 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커피, 양파, 마늘이 모두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썩은 냄새였다. 청소용품, 샴푸, 비누, 과일도 모두 시큼한 구토물 같은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내가 무슨 냄새를 맡고 있는지 공감할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곧 모든 것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뭘 먹어도 다 똑같은 맛이 느껴졌다. 시리얼, 빵, 초콜릿, 과일, 땅콩버터, 쌀, 감자 등 모든 것에서 마치 썩은 찌꺼기 같은 최악의 맛이 났다.

갑자기 나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전혀. 나는 몇 주 동안 완전히 길을 잃고, 우울하고, 눈물이 나고, 항상 배고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모든 음식의 냄새와 맛이 너무 끔찍해서 셀러리, 포도, 생당근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나는 힘이 없고 어지러웠다. 이런 일로 나와 남편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살짜리 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도 됐다.

냄새와 미각을 잃는 증상 뿐만 아니라 더 심한 증상도 생기기 시작했다. 코 안쪽에 고통스러운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고 치아에 치석과 세균이 쌓여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럽게 느껴졌다. 입 냄새도 나쁘게 느껴졌지만 내 남편은 실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한동안 코로나19에서 회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증상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무너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구글에 내 증상을 찾아봤고, 읽으면 읽을수록 두려웠다. 상부 호흡기 증후군으로 나처럼 이상후각과 미각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이런 환자 중 영원히 미각과 후각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거나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린 사람들에 대한 두려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나는 말 그대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의사를 찾아갔다. 

미각상실
미각상실 ⓒAleksei Morozov via Getty Images

의사는 정밀 검사를 시행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코에 있는 세포 일부를 효과적으로 죽였다고 알려줬다. 내 몸은 현재 스스로 치료하려고 하고 있었다. 동시에 내 뇌는 내 주위의 냄새를 이해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 냄새들을 제대로 수신할 수 없어 ‘나쁜’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 말은 결국 내가 먹는 음식도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그런 맛으로 느끼게 된 원인이었다. 나의 ‘더러운’ 치아와 함께 내 코안의 상처는 내 뇌의 과민반응에 의한 착각이었다. 나는 모든 걸 실제보다 100배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사는 내게 뇌가 회복할 수 있게 ‘명상’(평소에 난 이 용어를 좋아한 적이 없다)과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인 요즘 이게 가능한가?) 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고 내 세포와 감각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포의 회복을 돕기 위해 비강용 스테로이드를 주었고, 내게 냄새 맡는 훈련을 하라고 말했다. 내가 비록 좋은 냄새는 아니어도 당장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1년 후에는 내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려 1년이나 걸린단 말인가?)

 

'이상후각'
'이상후각' ⓒAleksei Morozov via Getty Images

그 이후로 나는 좀 나아졌다. 이제는 일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정말 못 먹는 음식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굽거나, 볶거나, 튀기거나,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난 아직도 시리얼, 토스트, 초콜릿, 견과류, 가공식품은 먹을 수 없다. 그래도 단순히 구운 고기나 생선은 대부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파스타, 현미, 유제품과 대부분의 채소는 먹는 게 가능하고 과일 종류도 더 늘려가고 있다.

여전히 쉽지 않고, 예전처럼 음식을 즐길 수 없어서 속상하다.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일 뿐, 보통은 정말 맛이 없거나 이상한 맛이 난다.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식사를 적절히 계획해야 한다. 그런 모든 생각과 계획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또 괜찮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이상하게 느껴져 다시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추측해야 한다.

나는 이런 내 증상이 이제 두 살인 내 딸에게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한다. 딸은 전 세계 두 살 어린이 중 아마 가장 음식을 잘 먹는 아이일 거다. 그는 항상 음식을 신바람 내며 즐기는데, 내가 힘들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쁜 버릇을 배우는 건 원치 않는다.

모두가 코로나19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기침, 발열, 미각과 후각 상실이란 증상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19의 불확실한 장기 후유증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상후각은 그런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수년 동안 환자들의 정신과 육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다. 우리는 이런 증상을 공개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도 나처럼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다른 사람은 내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도록, 그리고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 영향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내 이야기를 계속 나눌 거다. 나도 내년 이맘때쯤이면 예전처럼 다시 열정적으로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 

 

*허프포스트 영국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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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강 #미각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