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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온라인 공연’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재유행에 공연계가 다시 고민에 빠진 이유

배우나 스태프가 확진 판정을 받거나 직간접 접촉자가 되는 경우도 늘었다.

  • 박수진
  • 입력 2020.08.24 20:41
  • 수정 2020.08.29 10:16
서울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에 공연계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에 공연계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thanasus via Getty Images

“경력 10년 넘은 동료가 쿠팡맨 취업을 알아보기도 하고, 저도 다른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공연관계자 A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24일 허프포스트와 인터뷰 중에도 울적한 전화를 받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지방공연이 취소됐다는 전화다.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 A씨는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으니 다른 공연들은 일단 원래 일정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커서 업계를 떠나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씩 관객수를 회복하던 공연계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24일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도, 부산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고,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다.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긴 지난 16일부터는 민간 공연장까지 ‘좌석 간 거리두기’가 의무화됐다. 공연계는 당장 좌석을 축소 운영하는 것 외에도 ‘2차 파동’이나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장기화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기 종연과 예매 취소, “수입 작년보다 최소 절반 줄었다”

7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소독 방역 작업하는 모습.
7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소독 방역 작업하는 모습.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공연장과 제작사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은 눈물겹다. 우선 거리두기가 되지 않은 좌석들은 예매를 취소해주고, 개별 관객의 예매 취소는 취소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좌석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지만, 이를 즉시 가격에 반영해 티켓 값을 올려받기도 어렵다.

당장 8월 중 폐막이 앞두던 대형 프로덕션 뮤지컬들은 ‘조기 종연’을 선택했다. ‘렌트’, ‘브로드웨이 42번가’, ‘베어 더 뮤지컬’, ‘모차르트!’ 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에 따르려고 하거나, 관계자끼리 직간접 접촉자가 발생해 공연을 일시 중단한 작품도 있다. ‘제이미‘, ‘썸씽 로튼’, ‘킹키 부츠’,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이 그렇다. 배우와 스태프를 비롯해 관계자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연극 ‘짬뽕&소’는 개막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국립극단은 다음달 개막할 예정인 연극 ‘SWEAT 스웨트’와 ‘동양극장 2020’의 예매를 보류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잦은 공연 취소로 관객 여러분의 피로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여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연극 ‘짬뽕&소’ 팀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연극이 진행되는 서울 성북구 여행자극장이 닫혀 있다.
연극 ‘짬뽕&소’ 팀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연극이 진행되는 서울 성북구 여행자극장이 닫혀 있다. ⓒ뉴스1

공연계 종사자들이 지난 봄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재유행이 3개월 동안 지원되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 A씨는 허프포스트에 현재 상황을 두고 “3월 공연은 조기 폐막했고, 4월 이후 공연은 아예 취소되거나 연말로 연기된 상황에서 다시 이렇게 된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나는 작년보다 수입이 50% 줄었고, 90%나 100% 줄어든 사람들도 있다”며 “특히 공연 장비 렌탈, 전시 관련 물품 납품 같은 관련 업자들의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아예 일거리가 ‘제로’가 된 상황이라 창고 비용 같은 고정 비용만 나가면서 도산 위기에 처한 곳들도 있다”고 했다.

 

‘비대면 공연’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공연에서도 ‘비대면’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공연 영상 스트리밍은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 이전에도 있긴 했으나, 올해는 좀 더 확대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국립국악원은 유튜브로 무관중 공연을 중계해왔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공연 영상 공개 플랫폼은 네이버TV와 V라이브다. 국립오페라단의 ‘마농’과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마리 퀴리’ 등이 여름 동안 네이버에 영상을 공개했고, 앞으로도 ‘여신님이 보고계셔’, ‘적벽’, ‘라 루미에르’ 등이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공연 실황을 특정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방송하는 방식이며, 모두 무료다. 

8월 6일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소향이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8월 6일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소향이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고 공연계가 너도나도 온라인 공연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공연 관람 경험 면에서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수익화를 하고, 유료 콘텐츠로 기획하는 것 역시 여러 면에서 투자가 필요해서다. 한 관계자는 “우리 공연은 온라인으로 할 만한 콘텐츠가 아니라고 판단해 아직은 온라인 공개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 온라인 유료 콘텐츠 논의 중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연장 매표소에 손세정제 구비와 방역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소극장들은 공연을 연기, 취소하는 곳이 생기며 큰 타격을 입고 있다. 2020.2.28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연장 매표소에 손세정제 구비와 방역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소극장들은 공연을 연기, 취소하는 곳이 생기며 큰 타격을 입고 있다. 2020.2.28 ⓒ뉴스1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은 서서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국공립 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가장 즉각적으로 공연 중단이나 예매 취소 같은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에 “상반기부터 공연계에서 온라인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1회라도 대면 공연을 할 수 있으면 하고,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끝난 공연이 있으면 온라인에 공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이 상황이 두세 달로 끝났다면 이벤트성으로 무료 공개를 계속할 수 있었겠지만, 계속 무료로 하는 건 공연계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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