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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와 싸우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난제 : 프로축구 리그 재개

유럽에서 축구는 '평범한 일상'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진행중인 지금, 언제쯤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 허완
  • 입력 2020.04.24 15: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의 직원들이 에미레이트스타디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3월 중순에 중단된 리그 일정은 현재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런던, 영국. 2020년 4월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의 직원들이 에미레이트스타디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3월 중순에 중단된 리그 일정은 현재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런던, 영국. 2020년 4월21일. ⓒStuart MacFarlane via Getty Images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은 기자회견과 브리핑 등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수,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망자수, 그리고 정부의 대응 현황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나 그밖에도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축구 경기는 언제 다시 재개되는 건가?’

″리그 재개 말씀이십니까?” 이탈리아 국립보건원의 감염병국장 잔니 레차가 지난주에 한 브리핑에서 말했다. ”로마의 팬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그냥 다 취소해버렸으면 좋겠네요.” 그가 농담을 섞어가며 말했다. AS 로마는 현재 1위에 승점 18점차로 뒤진 5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의견을 말씀드려야 한다면, 저는 리그를 재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열렬한 축구팬입니다만...”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이 며칠 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지만 매일 4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이런 보건 위기 속에서 (리그 재개는) 제일 마지막에 살펴봐야 할 문제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게 지금 당장으로서는 여전히 최우선 과제입니다.” 로베르토 장관이 덧붙였다. ”열렬한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축구에 대한) 최고의 예의를 갖춰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리버풀의 홈 경기장 앤필드. 리버풀, 영국. 2020년 4월20일.
리버풀의 홈 경기장 앤필드. 리버풀, 영국. 2020년 4월20일. ⓒChristopher Furlong via Getty Images

 

현재 이탈리아에 내려진 봉쇄령은 5월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 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은 “2단계” 조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에 사람들의 이동과 경제 활동을 조금씩 재개할 수 있을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문에서 이번주까지는 구체적인 봉쇄령 완화 전략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전부 재개하자, 다시 시작하자’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콘테 총리가 적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결정은 무책임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확산 속도는 통제를 벗어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입니다.”

도르트문트의 홈 경기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 도르트문트, 독일. 2020년 4월21일.
도르트문트의 홈 경기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 도르트문트, 독일. 2020년 4월21일. ⓒ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어느 국가에서든, 팬들이 운집한 경기장에서의 스포츠 경기는 코로나19 출구 전략상 가장 마지막으로 재개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 유럽의 축구든, 미국의 야구든 - 프로스포츠 경기는 엄청난 경제적 성장엔진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가늠하는 잣대다.

″우리 스포츠를 다시 되찾아야 합니다. 14년 전의 야구 경기를 보는 것도 이제 질렸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브리핑에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활동 재개 지침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한 자문위원단에는 미국의 모든 주요 프로리그 수장들이 포함됐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프로레슬링을 ”필수 분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탈란타 대 발렌시아 경기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탈란타 대 발렌시아 경기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유럽의 보건 당국자들은 축구 경기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이탈리아의 베르가모를 연고로 하는 아탈란타가 스페인의 발렌시아를 홈으로 불러들였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이후, 이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롬바르디아주가 이탈리아의 최대 진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정부 과학 고문 안젤라 맥린은 리버풀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지난달에 치러졌던 리버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과학적인 모든 조사가 끝나면 리버풀에서 확산된 바이러스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바이러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영국 리버풀 앤필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리버풀 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경기 모습. 2020년 3월11일.
영국 리버풀 앤필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리버풀 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경기 모습. 2020년 3월11일. ⓒAlex Livesey - Danehouse via Getty Images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당국자들과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프로스포츠가 재개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안전이 최우선 사항입니다만, 남은 시즌 일정을 끝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이 말했다.

관중 없이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고, 시즌 일정은 가을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상황도 비슷하다.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 마드리드 시장은 며칠 전 특정한 조건 하에서라면 경기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봄과 여름에 스페인에서는 관중이 있는 어떤 행사도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을까지도요.” 마르티네스-알메이다 시장이 말했다. ”여름에 관중 없이 축구 경기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만, 방역 및 안전을 위한 조건들이 적용돼야 할 겁니다.”

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 캄 노우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2020년 3월20일.
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 캄 노우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2020년 3월20일. ⓒNurPhoto via Getty Images

 

최근 스페인 정부는 자국 축구리그인 라리가 및 축구협회와 각 구단의 훈련 재개를 허용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훈련이나 경기의 재개 시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상위 두 개 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리그 남은 일정을 재개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선수 4명씩 소규모로 모여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지난주 금요일(17일)에 모여 남은 리그 일정을 끝낼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재개 일정을 검토하지는 않았다.

″선수들과 코치진, 감독들, 구단 직원들, 그리고 서포터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며, 리그는 (재개해도 괜찮다는) 의학적 지침이 나온 뒤에야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대변인이 밝혔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2019-20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는 현재로서 모든 일정은 유동적입니다.”

 

* 허프포스트US의 Countries Debate A Key Coronavirus Question: The Return of Professional Sport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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