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5G 기지국이 신종 코로나 확산시킨다' 음모론에 앤 마리, 우디 해럴슨도 속았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의료국장은 이 음모론을 "최악의 가짜뉴스"라고 불렀다.

5G(5세대 이동 통신) 기지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음모론이 미국과 영국 등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그 시작은 벨기에 일간지 HLN(Het Laatste Nieuws)이었다. HLN은 1월 22일 자 지면에 일반의인 크리스 반 커크호벤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반 커크호벤은 이 인터뷰에서 5G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팩트 체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5G가 현 상황(코로나19 사태)과 연관되어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5G 기지국이 건설되어있다는 점도 명시되어 있었다.

이 인터뷰는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판 신문에도 실렸으나 ”사실무근의 주장이 담겨있다”라는 이유로 발행한 지 몇 시간 만에 삭제됐다. 

삭제된 기사
삭제된 기사 ⓒHLN

온라인판 기사가 삭제됐을 때는 기사 내용이 반(反) 5G 세력에 의해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이후였다. 이들은 중국과 한국 5G가 상용화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대규모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사람들의 면역체계를 약화함과 동시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괴소문에 속아 넘어간 이들 중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있었다.

우디 해럴슨
우디 해럴슨 ⓒEric McCandless via Getty Images

미국 배우 우디 해럴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5G와 코로나19 간의 연관성을 주장해왔다. 그는  ”중국인들이 5G 안테나를 철거하는 모습을 보라”라며 영상 하나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홍콩 시위대가 안면인식 카메라를 철거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럴슨이 게재했던 5G 관련 게시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앤 마리
앤 마리 ⓒJoel C Ryan/Invision/AP

영국 가수 앤 마리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5G에 가입하지 말라”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음모론에 불과하다”라는 지적을 받고 삭제했다.

아미르 칸
아미르 칸 ⓒNathan Stirk via Getty Images

2004 아테네 올림픽 복싱 은메달리스트인 아미르 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는 사람이 만든 감염병”이라며 ”사람들이 박쥐와 뱀을 먹어 생긴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을 안 믿는다. 5G 기지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래퍼 M.I.A.는 ”우리 집 근처에 5G 설치하는 걸 당장 중단하라.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5G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라며 “5G”를 병에 비유했다.

이외에도 미국 가수 케리 힐슨과 래퍼 YG 역시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동참했다. 

5G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는 음모론은 방화 사건으로도 이어졌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리버풀, 멜링 등지에서는 기지국 방화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5G 음모론과 관련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음모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영국 정부는 직접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일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코로나19와 5G의 연관성에 대한 음모론은 ”터무니없고 위험하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스티븐 포이스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국장은 ”비상사태를 이겨내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을 훼손했다는 소식에 격분했고 넌더리가 났다”라며 5G 통신 시설은 자가 격리 중인 이들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의료진에게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포이스 의료국장은 이어 “5G(와 코로나19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개떡 같은 소리”에 불과하다며 ”최악의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DCMS)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5G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라며 “5G와 코로나19가 연관되어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제 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 역시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ICNIRP는 지난 3월 5G 서비스가 암 또는 여타 질병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내용의 연구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전히 5G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 유튜브는 5G와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게시물 삭제 및 차단하기로 했다. 트위터의 경우 ”머신러닝과 자동화 기능의 활용을 높여 잠재적인 폭력성을 띤 콘텐츠나 악의적으로 조작된 콘텐츠에 보다 광범위하게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국 #음모론 #앤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