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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속도 빠른 유형 따로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코로나 사태 2차 유행과도 관련 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dowell via Getty Images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이) 세계적으로 4월 초까지 에스(S)와 브이(V) 그룹이 유행하다가 이후에는 지(G), 지아르(GR), 지에이치(GH) 그룹이 유행 중이며 아프리카·인도·러시아에서는 GR그룹이, 북미·유럽·중동에서는 GH그룹이 우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S와 V그룹이 다수였으나 5월 이후 국내 발생에서는 S와 V그룹은 더 이상 검출되지 않고 경북 예천, 이태원 클럽 발생 사례부터 현재까지는 GH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주로 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용인의 우리제일교회 관련한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도 모두 GH그룹으로 확인됐다고 정 본부장은 덧붙였다.

이에 앞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18일 “이번 수도권 코로나19 유행은 지난 신천지 유행 때보다 전파력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이 신천지 유행 당시 확인된 브이(V)그룹보다 전파력이 높은 지에이치(GH)그룹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 월별 추이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 월별 추이 ⓒ한겨레

 

권 부본부장이 언급한 유전자형은 명확하게는 ‘디614지’(D614G)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 유형을 가리킨다. GH그룹뿐만이 아니라 G그룹, GR그룹이 D614G 변이를 가지고 있어, 엄밀하게는 권 부본부장의 말한 ‘전파력이 높은’ 그룹에는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된다. 세 가지 유형을 모두 G그룹으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권 부본부장 말대로 국내 환진자 유전자 분석에서 D614G 변이가 포함된 유전자형은 7월에는 전체의 69%를 차지했지만 8월에는 75%로 높아졌다. 지난달 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가 전세계 8만3천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명 가운데 4명이 D614G 변이 유전자형이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코로나19 제2유행은 D614G 변이 유전자형의 전파력이 높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해 잘 모른다”이다.

변이 과정
변이 과정 ⓒ한겨레

 

GH형 G전파력은 6배 빠르다?

D614G 변이 유전자형이 전파력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은 지난 7월 초 과학저널 <셀>에 실린 논문에서 나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할 때 수용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째 아미노산이 아스라파긴산(D)에서 글리신(G)로 바뀐 돌연변이에 대해 연구했다.

베티 코버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이 614번째 아미노산이 D인 것과 G로 바뀐 것을 비교하기 위해 가상바이러스(슈도바이러스)로 체외실험(인비트로)을 해보니, D614 바이러스보다 D614G 바이러스의 증식성이 2.6∼9.3배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D614 바이러스는 환자의 기도에서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려 할 때 종종 파괴되는 반면 D614G 바이러스는 결합 성공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이 D614G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높다거나 감염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 예일대의 네이선 그러보 교수와 하버드대 윌리엄 해너지 교수, 콜롬비아보건대 앤절러 래스머슨 교수 등은 공저로 <셀> 지난달 20일(현지시각)치에 게재한 ‘비평논문’에서 “코버 연구팀은 D614G의 빠른 확산이 D614보다 감염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는 증거로 D614G 감염 환자 입과 코에서 채취한 샘플로 슈도바이러스 실험을 한 결과 바이러스양이 많이 검출됐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며 “하지만 이 데이터만으로 D614형G 바이러스가 D614형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고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국내 일부 언론은 코버 연구팀 논문에서 D614G 바이러스의 증식성이 2.6∼9.3배 높다고 밝힌 부분을 임의로 평균해 ‘G그룹의 전파력이 6배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해당 언론 기자와 통화하면서 6배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고 쓰면 논리비약이라고 설명했음에도 그대로 보도했다”며 “확진자 상기도 검체에서 바이러스 양이 많이 발견됐다는 것이 전파속도로 연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별 분포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별 분포 ⓒ한겨레

 

GH형이어서 전파속도 빨라 2차 유행 일어났나?

처음 중국에서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으로 건너가 퍼지면서 변이가 일어나 확산이 더 빨라졌다는 가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보 교수 등은 D614G형이 지배적인 유전자형이 된 것은 우연과 감염병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대유행한 코로나19는 2월에는 유럽으로, 다시 3월에는 미국으로 번져갔다. 여러 연구에서 미국의 코로나19 계통은 유럽에서 왔고 유럽의 코로나19 계통은 여러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코로나19 전파는 소수의 슈퍼전파자가 다수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대유행이 생겨난다. 영국 글래스고대 바이러스연구소의 오스카 매클린 연구원은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2만건 이상의 변이가 일어났으며, D614G는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변이”라고 말했다. 곧 D614G는 이미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우연히 유럽에 도착해 슈퍼전파자를 만들어 퍼지고, 이어 미국 등 다른 대륙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러보 교수는 “코버 등의 연구 결과는 전파력이 높아지기 위해 필요한 숙주와 병원체 사이의 생물화학적 상호작용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원발 유행이나 사랑제일교회발 2차 대유행이 GH형 곧 D614G 변이 유전자 때문에 전파가 더 빨라지거나 대규모로 확산됐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못한 셈이다.


GH형은 증세를 악화시킨다? GH형 치명률은 낮다?

그러보 교수 등은 “지금까지 D614G 변이를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세가 더 심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999명의 환자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조사해보니 D614G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이 바이러스 아르엔에이(RNA) 양은 많았지만 병세에는 차이가 없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환자 175명과 일리노이주 시카고 환자 88명의 임상 분석에서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D614G 변이는 코로나19에서 동반질환(기저질환) 같은 위험요소보다 덜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매클린 연구원은 “D614G 변이와 낮은 치명률 사이의 상관관계는 매우 약하다”며 “엄격한 분석에서도 D614G가 치명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언 존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지는 것은 치료법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D614G 변이 때문에 현재 개발중인 백신이나 치료제 효과 없다?

D614G 변이는 인간 면역체계에 침투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위치해 있다. 이 변이가 개발될 백신에 의해 유발되는 면역체계에 침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능력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보 교수 등은 “D614G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 세포의 수용체가 만나는 끝부분(RBD)에 위치하지 않고 바이러스 표면의 다른 경계면에 있다”며 “D614G가 아르비디의 면역성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D614G 보유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에 침투해 수용체와 결합하는 데 특별히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져 있지 않아, 바이러스 침투 억제치료제에 대한 영향 또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매클린은 “현재 개발중인 백신에 대한 D614G 변이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줄리언 탕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백신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효과적이어야 한다”며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더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하겠지만 이들 백신은 범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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