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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미국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망을 벗어나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3.02 15:30
미국 내 코로나19 관련 최초 사망자와 두 번째 사망자가 나온 워싱턴주 에버그린헬스병원 요양병동 '라이프케어센터'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커클랜드, 워싱턴주. 2020년 2월29일.
미국 내 코로나19 관련 최초 사망자와 두 번째 사망자가 나온 워싱턴주 에버그린헬스병원 요양병동 '라이프케어센터'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커클랜드, 워싱턴주. 2020년 2월29일. ⓒDavid Ryder via Getty Images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소도시 커클랜드에서 미국 내 첫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사망자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두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방역 당국의 감시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구 9만여명의 커클랜드가 속한 워싱턴주 킹카운티 보건당국은 에버그린헬스병원 요양병동인 ‘라이프케어센터’에 머물고 있던 확진자 여섯 명 중 한 명인 70대 남성이 숨졌다고 1일(현지시각) 저녁 밝혔다. 전날 이 병원에서 사망한 50대 남성에 이은 미국 두 번째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다.

고령층 환자들이 있는 요양병동 '라이프케어센터'에서는 수십명의 환자와 직원들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령층 환자들이 있는 요양병동 '라이프케어센터'에서는 수십명의 환자와 직원들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David Ryder via Getty Images

 

지역 보건당국은 나머지 확진자 중 세 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령층 환자들이 입원해있는 이 요양병동에서는 최근 며칠 동안 환자와 직원들이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등의 공동 생활을 해왔던 탓에 바이러스가 환자들 및 가족 면회객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보건당국은 또 이 병원과 관련 없는 확진자 두 명도 추가로 확인됐으며, 모두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주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3명으로 늘어났다.

워싱턴주에서는 1월20일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추가 확진자가 없던 기간 동안 시행된 진단검사는 수십 건에 불과했다고 NYT는 전했다. 주 보건당국은 진단검사 횟수를 하루당 200회로 크게 늘리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최근 코로나19 진단검사 기준을 대폭 완화해 중국을 방문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더라도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승인 전이라도 병원과 연구진들이 검사와 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검사 키트 보급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시애틀·킹카운티 보건당국의 제프리 두신 박사가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애틀, 워싱턴주. 2020년 2월29일.
시애틀·킹카운티 보건당국의 제프리 두신 박사가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애틀, 워싱턴주. 2020년 2월29일. ⓒJASON REDMOND via Getty Images

 

지역 보건당국은 요양병원 환자와 직원 등 50여명이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면회 및 방문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접촉자들을 파악하고 나섰으며, 이 지역의 교회와 시설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접촉이 의심되는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병원의 감염병 전문의 프란시스 리도 박사는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증세가 심한 환자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증세가 덜한 수많은 사람들이 방역망을 벗어나 이미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연구자들이 워싱턴주 내 확진자 두 명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도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를 키웠다. 금요일(28일) 확인된 확진자가 한 달 전 최초 확진자에게 감염된 다른 누군가를 거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면서다.

워싱턴대 연구팀의 트레버 베드포드 교수는 두 확진자가 각각 다른 경로로 미국으로 유입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낮다며 최근 6주 사이에 지역사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주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SSOCIATED PRESS

 

워싱턴주 벨뷰의 질병모델링연구소의 마이크 파뮬라르 박사는 이 연구대로 1월 중순부터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면 300~500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감염됐다가 회복됐거나 현재 감염된 상태”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역 보건당국의 제프리 두신 박사는 ”조금 더 일찍 진단검사를 할 수 있었다면 환자를 더 일찍 찾아낼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사 기준이 까다로웠던 탓에 초기에 확진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커클랜드가 코로나19에 대한 미국 보건당국의 대응 태세를 보여줄 ”시범 케이스”가 됐다고 전했다.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전해지며서 물품을 사재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커클랜드에 위치한 코스트코에는 페이퍼타월과 손소독제 등을 구입하려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이날 아침 개장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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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