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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앓는 청년들' 코로나 사태 후 2030 자해·우울증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고립감이 커지고 있다.

우울증과 자해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은주(가명)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우울증과 자해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은주(가명)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우울증을 앓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23)씨는 지난달 23일 다시 자해를 했다. 이날은 이씨가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을 1년 만에 만날 약속이 있었지만 돌연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397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었던 이씨는 크게 실망했다.

이씨는 <한겨레>에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는데 최근엔 혼자 사는 좁은 방에서 매일 온라인 강의만 듣다 보니 우울함이 계속 커진다. 대형서점에서 종일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 이후엔 그마저도 할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0년 상반기 청년층의 자해 발생 진료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2030 고의적 자해 발생 추이
2030 고의적 자해 발생 추이 ⓒ한겨레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아 13일 공개한 ‘(고의적) 자해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상반기에 20대가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213건으로 지난해 118건에 견줘 80.5% 증가했고, 30대는 161건으로 전년(86건) 대비 87.2% 증가했다. 20, 30대 다음으로는 60대가 자해 건수 증가율(69.2%)이 높았다. 전체 나이를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에 1076명이 자해로 진료를 받아 지난해(792건)에 비해 35.9%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구(87.5%↑)와 서울(36.9%↑), 경기(73.2%↑)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자해 건수 증가율이 높았다.

우울증도 지난해에 견줘 늘었다. 2020년 상반기 동안 20대 우울증 진료 건수는 9만3455건으로 전년도(7만2829건)에 비해 28.3% 늘었다. 30대 우울증 진료 건수도 지난해 6만7394건에서 올해 7만7316건(14.7%)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병 분류를 위해 파악한 수치는 최소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청년층의 자해 건수와 우울증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장창현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이후 진료를 받으러 오는 2030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 감염병 유행 이후 커진 취업 어려움과 줄어든 대인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혼자 사는 청년들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 건강 챙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병 유행 상황이 장기화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자해 경험을 공유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 ㄱ(24)씨는 “코로나19 이후 반년 가까이 집에만 갇혀 지내면서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의 자해를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의심된다. 심리상담 선생님이 약물치료를 권장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더 듣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중학생 ㄴ(14)씨는 “지난 1월 이사하면서 새 친구를 만들지 못해 우울감이 찾아왔고 살이 많이 찌면서 자해도 하게 됐다”며 역시 조언을 구하는 글을 남겼다. 이은주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적 불안감과 고립감이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선 (정신과) 상담과 치료비 지원 등 구체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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