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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활동’ 모두 불법으로 몰아가기?…자발적 의견개진은 괜찮아!

기사에 댓글을 단다고 모두 '선거운동'이 되는 건 아니다.

ⓒDmitry Ageev via Getty Images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아무개(48·구속)씨의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인을 비판·지지하는 누리꾼의 댓글 등 정당한 정치참여 활동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 야당과 언론은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등의 ‘불법행위’와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해 댓글을 다는 ‘정치 참여 행위’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학계나 법조계에서는 매크로 활용 등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범죄와 팬클럽 등을 구성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댓글 활동은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댓글 활동은 이제 일상적인 정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팬’, 안철수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안사모’, 중도 사퇴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 등은 각자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선플 운동’을 벌였다.

이들이 벌인 공개적인 선플 운동의 흔적은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일 문팬 카페의 글을 검색해 보면, 한 누리꾼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6일 이 카페에 ‘오늘부터는 절대 인터넷 여론에 밀리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특정 기사의 링크(인터넷 주소)를 게시하며 댓글 달기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지지층에게 ‘선플 운동’을 호소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지침을 보면, 이런 활동은 선거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 선관위가 공개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치관계법 사례예시집’에는 “향우회·종친회(후보자의 팬클럽 포함)는 그 단체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를 당선·낙선시키려는 행위’를 말하는데,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은 단순한 의견의 개진이어서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선관위는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례’의 문호도 넓게 열어두고 있다. 같은 예시집에는 “팬클럽 단톡방에 선거 캠프 관계자를 초대해 후보자에 대한 홍보 부탁 및 홍보자료를 올리게 하는 행위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팬클럽 대표자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기사의 링크를 소개하고 댓글 달기 운동을 호소하는 것 자체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누리꾼의 자발적 선플 운동 자체를 금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이 최근 ‘선플 운동’과 비슷한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 ‘십알단(십자군알바단)’ 사건도 누리꾼의 일반적인 댓글 활동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지지 댓글을 달아 공직선거법 위반 확정판결을 받은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판결문을 보면, “(윤 목사가 설립한) 사무실은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데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윤 목사가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을 차리고, 사실상 조직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점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뿐, 댓글 활동 자체에 불법성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이 이런 역할을 했다면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지, 댓글을 통한 누리꾼들의 정치참여 행위가 싸잡아 비난받을 일은 아닌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을 쓰거나 매크로 등 불법성이 높은 수단을 쓴 게 아니라면 한 사람이 댓글을 열개를 쓰건 스무개를 쓰건 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도 “댓글이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조직 체계에 따른 관리 감독이 필수적”이라며 “단순히 댓글 운동의 효용을 높이기 위한 매뉴얼 정도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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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경수 #댓글 #댓글공작 #선거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