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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생으로 졸업한 내가 직장을 버리고 스트리퍼 일을 선택한 이유

3.9라는 높은 학점으로 졸업했다

  • 김태성
  • 입력 2019.04.02 15:59
  • 수정 2024.03.22 10:54
ⓒKYPROS VIA GETTY IMAGES

나는 몇년 전 명문 사립대에서 3.9라는 높은 학점으로 졸업했다. 4년간 장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였다. 그런데 내가 지난 2년 동안 해온 일은 스트리퍼 일이다.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하는 성인이 되라고 말이다.

나는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손님들은 나에게 스트립클럽에서 만나리라 예상되는 ‘전형적인 여성‘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트립클럽에서 일하는 걸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대학 졸업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내 실제 가치가 지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데’라는 소리를 하는 손님도 있다.

어차피 스트리퍼라는 직종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그들이지만, 나 같은 사람이 스트리퍼로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못마땅해하는 눈치다. 내 학위가 지금 하는 일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건 사실이다. 졸업장은 내가 그 학위를 언젠가 활용할 시점이 됐을 때를 기다리는 일종의 자산으로만 존재한다. 

한때 나는 탄탄한 연봉과 건강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의 직원으로 일했다.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했다. 다른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모든 걸 잘 소화해냈다. 그런데도 왜 나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스트립클럽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간단했다. 재미있고 독특한, 기억에 남을 체험일 것 같아서 시도했다. 일을 시작한 다음 나는 스트리퍼라는 일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스트립클럽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저속하며 여성에게는 모욕적인 곳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외부인들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우선 내 일의 모든 것을 내가 주관한다. 어느 손님에게 말을 건낼건지, 누구를 위해 개인 댄스를 출 것인지, 어떻게 그 춤을 출 것인지, 얼마나 많은(적은) 접촉을 허락할 건지 등을 말이다. 무례하게 구는 손님일 경우에는 그냥 등을 돌려버리면 된다.

이처럼 나는 내 행동범위를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고객관리 최우선‘이라는 이념으로 운영됐던 이전 회사는 달랐다. 당시 매니저는 나에게 무례하고 못된 손님도 회사로부터 끊임없는 인내심와 존중심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스트립클럽에서는 모든 게 내 권한 아래 있다. 나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범위 내의 손님 행동만 용납한다. 늘 지시대로 해야했던 소매업, 외식업, 기업에서보다 스트립 클럽에서 나는 훨씬 더 많은 권리를 누린다.

약 1년 동안은 회사와 스트리퍼 일을 병했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전문가 역할을 수행했고 밤에는 클럽에서 스트리퍼/댄서로 손님들과 섞였다. 낮에는 두뇌를 밤에는 몸을 사용했다. 두 개의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었다. 나의 모든 시간이 회사와 스트립클럽을 오가며 소비됐지만 아주 고되지는 않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스트립퍼 일을 전적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즉흥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것이었지만 회사를 나서는 순간 느낀 만족감과 희열은 내 결정이 옳았다는 걸 내게 거듭 확인해주었다.

대체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던 걸까? 월급이 보장되는 직장을 버리고 궁지에 몰린 여성이나 하는 일로 인식되는 스트리퍼 일에 왜 ‘올인’한 것일까? 돈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사는 도시는 작은 도시다. 라스베이가스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내 수입은 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나는 막일하는 부모 아래서 자랐다. 그래서 행복의 조건이 꼭 돈이 아니라는 걸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내가 스트리퍼로 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는 자유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일보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일주일에 정확히 3일(7시간씩)을 일하는 스케줄이므로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시간만 넉넉한 게 아니다. 언제 일할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3일만 일하기 때문에 주 40시간 일할 때보다 시간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여유롭다.

시간만 는게 아니다. 시간조절도 내 마음대로 한다. 근무 일정은 일주일 전에 정하는데 내 개인적인 스케줄도 이에 따라 조율한다. 더 놀라운 건 그 다음 주에 일을 할 건지 아닌지도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는 사실. 필요하다면 한 주를 훌쩍 넘길 수 있다! 대단한 여유와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일주일은 다음과 같다. 전체 시간의 약 12%를 일에 투자한다(회사 다닐 때는 23%에서 29%를 일에 할애했다). 즉, 이전에 비해 반 이하를 노동력에 쓴다는 것이다. 

자유 시간이 늘면서 관심사도 함께 늘었다. 잊었던 취미활동을 되살리게 됐고 새로운 기술을 배웠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도전해봤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미술과 사진, 작문 등 잊은 줄 알았던 내 재능을 다시 발견하면서 창의력도 더 샘솟았다. 요즘은 몇 시간씩 책방을 두리번거리며 좋은 책을 찾는 게 취미가 됐다.

새 집을 찾는 데도 시간은 중요했다. 시간이 넉넉하므로 여러 군데 아파트를 직접 방문할 수 있었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결정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야외활동을 더 많이 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정도다. 삶이 드디어 재미있다.

이전에는 마음에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시키는 진부한 업무를 하며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내가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과만 한다.

시간이 넉넉해지자 연간 2주 휴가만 기다리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기회들이 생겼다.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해외여행. 나는 어려서부터 먼 이국에 대한 호기심이 높았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이야기, 지구의 아름다운 새로운 곳들을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진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 나는 거의 3년 반을 한곳에 정착해 있었다. 그 이전 4년 동안은 10개 국가를 방문했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때 내가 방문한 나라는 고작 2곳, 그것도 통틀어 15일간 방문한 게 다였다. 반면에 스트리퍼로 587일을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는 총 224일을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래도 이전의 내 삶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각자 삶에 가장 중요한 게 뭔지에 따라 결정은 다르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있다. 모두에게 나와 같은 생활방식이 적합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일에 대한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다. 일터에서 의미를 찾는 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일터 밖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요한 것들을 하고자 한다.  그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각자의 취향이 다를 수 있다.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행복의 열쇠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내 개인적인 행복의 비밀을 발견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것이다. 스트리퍼라는 일은 정확한 시작과 끝이 있는 내 삶의 한 단계이리라 믿는다. 그런데 내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는 지금 하는 일이 정말로 최고다. 회사원으로 정착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이력서에 적힌 ‘자영업자’로 보낸 시간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일 외의 새로운 체험과 즐거운 활동을 만끽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에게 나처럼 즉흥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스트리퍼가 되라고 격려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자신에게 중요한게 뭔지 발견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걸 알아내는 게 급선무다. 그 발견과 함께 진정한 행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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