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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위기가 다가온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이 커피를 위협한다

ⓒMara Ohlsson via Getty Images

아침에 후딱 한 잔 마시든, 오후에 직장의 커피 머신에서 대충 뽑아 마시든, 커피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 업계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커피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지만, 맛과 향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빈곤, 기후 변화의 영향, 질병 등이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을 업계에서 몰아내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 대한 대량생산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간다.

다양성은 한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회복되지 못한다. 올해 연구자들은 야생 커피종의 60%가 삼림 파괴, 기후변화, 균질 병원균과 질병 증가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저소득 국가 농부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의 커피 매니저 피터 케틀러는 이 결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커피를 그저 카페인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커피 산업의 규모는 9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4억잔이 넘는다. 최근 3년 동안 3%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 커피 생산량도 계속 늘고 있으며, 이미 전세계 커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과 베트남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따라 커피 가격은 최근 십 년 동안 최저 수준에 가까워졌다. 가격이 내려가자 농부들, 특히 온두라스와 부룬디 등 개발도상국의 커피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농부들은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페어트레이드에 따르면 생산자의 60% 정도는 생산비 이하의 가격에 커피를 팔고 있다. 현재 시가는 1파운드(약 453그램)에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케틀러에 따르면 온두라스 등 가난한 국가의 생산자들은 1.2달러 내지 1.5달러를 받아야 겨우 생산비에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이 낮아져, 소규모 생산자들은 더 잦고 길어진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 커피 잎 녹병, 커피 시들음병 등 심해지는 균질 병원균 등에 맞서기가 힘들어졌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빈곤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장애물 때문에, 남미 커피 생산자들은 집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온두라스와 같은 가난한 국가의 소규모 농장들이 폐업하는 동안, 브라질과 베트남의 큰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아간다고 케틀러는 말한다.

케틀러에 의하면 “대규모 커피 농장을 만들 수 없는 산악지대에서 커피를 기르는 곳들도 있다. 이 농부들은 (기후변화와 병 같은 위협에 대한) 경쟁력이나 적응력이 낮을 수 밖에 없다.”

[coffee berries] Close-up arabica coffee berries with agriculturist hands of Vietnamese women
[coffee berries] Close-up arabica coffee berries with agriculturist hands of Vietnamese women ⓒPramote Polyamate via Getty Images

기업형 농업은 단일 재배의 상업적 이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적은 종류의 식물을 기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세계 커피 무역은 현재 단 두 종에 의존하고 있다.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아라비카와 40% 정도인 로부스타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무시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커피종들이 미래의 세계 커피 공급에 있어 핵심적일 수 있다. 기후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려면 다른 커피종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멸종과 그에 따른 피해는 커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식량 체계 전반에 걸쳐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약 3만종 정도로 추정되지만, 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칼로리의 60%는 단 세 작물에서 온다. 밀, 옥수수, 쌀이다.

캐나다 프레이저 밸리 대학교의 식품 안보 및 환경 교수 레노어 뉴먼의 신간 ‘잃어버린 연회’(Lost Feast)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950년 이후 채소의 90~95%, 과일의 80~90%가 멸종되었다고 한다.

“책이 가득한 도서관의 대부분을 불태운 것과 다름없다.” 뉴먼의 말이다.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뉴먼은 말했다. “유전자 풀이 줄어드는 것”은 향과 맛을 잃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질병에 맞서 싸울 종들을 잃는 일이라고 한다.

뉴먼은 바나나 단일 재배의 엄청난 영향을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거의 캐번디시 바나나 단일 품종만이 재배되고 있는데, 두 가지 병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생산자들이 캐번디시에만 투자를 쏟아부은 터라, 이 병에 저항력이 있는 다른 품종으로 바꾸기가 힘들다.

소매업자, 정부, 소비자들은 식량의 지역 생산을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식품에만 기대기보다, 계절적, 지역적 생산을 하는 것이 다양성 유지에 중요하다. 지역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그 다양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므로, 도와주려 해야 한다.”

커피의 경우, 장기적 해결책은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돈이 농부들에게 더 많이 가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케틀러는 말한다. “커피 시장은 남반구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뽑아낼 수 있도록 설정되어있다.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상업적 수준에서는 작동하지만, 농부들이 피해를 본다.”

케틀러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제프리 삭스 경제학 교수가 이번 달에 낸 연구를 지목한다. 커피 생산자들에게 최저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익이 늘어나면 이 농부들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으며, 커피 농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질 것이다.

더욱 많은 커피 생산자들이 재배를 포기하게 한다면, 우리의 미래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변화가 없다면, 20년 안에 우리는 브라질이나 베트남 커피 둘 중 하나밖에 고를 수 없을 것이다.”

 

* HuffPost US의 A Coffee Crisis Is Brewing And It Could Make Your Morning Joe Less Tasty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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