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멕시코 지방법원이 오락용 코카인 복용 허용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보건당국은 항소했다.

ⓒbelchonock via Getty Images

멕시코 지방법원이 오락 목적의 코카인 복용을 처음으로 허용하는 판결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10월 멕시코 대법원이 오락 목적의 마리화나 복용의 전면 금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놓은 데 이어, 코카인도 무조건 규제에서 풀리는 흐름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멕시코시티 행정법원은 20일 멕시코 시민단체인 ‘범죄에 맞서는 멕시코 연맹(MUCD)’이 2명의 청구인을 대리해 낸 소송에서 “청구인들의 코카인 소지, 운반, 복용을 허용한다”고 판결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법원 판결에는 멕시코 국립보건국이 청구인들에게 “오락 목적의 개인적인 코카인 복용”을 허용하라는 명령도 포함됐다.

이번 판결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청구인 2명이 법원의 허용 조건을 엄수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현지 영문 일간 멕시코 뉴스 데일리가 보도한 복용 조건을 보면, 하루 흡입량은 개인당 500밀리그램으로 한정되며, 약물 효과가 있는 동안에는 운전, 기계 작동, 고용 등이 금지된다. 또 공공장소 또는 미성년자가 있는 곳에서 흡입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복용을 권유해서도 안된다.

이번 판결을 내놓은 빅토르 옥타비오 루나 에스코베도 판사는 “코카인이 긴장 완화, 지각능력 증진, 개인적인 정신적 경험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이유로 쓰일 수 있다”며 “코카인의 무조건 금지는 개성의 자유로운 발전을 보장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멕시코 뉴스 데일리는 이번 판결이 멕시코 국립중독방지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코카인 소비가 만성적이고 과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카인은 코카 잎에서 추출, 정제해 순도를 높인 물질이다. 코카잎은 수천년 동안 남미 원주민들 사이에서 진통, 기분 전환, 고산병 증세 완화 등의 목적으로 애용돼 왔다. 그러나 순수 코카인은 강력한 환각 작용과 마약 성분 탓에 대다수 나라가 재배, 유통, 소비를 불법화하고 있다. 남미에서도 볼리비아·콜롬비아·페루 등 몇 개 나라에서만 미량의 개인적 소비를 허용하며, 미국·캐나다·독일·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선 의료용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범죄에 맞서는 멕시코 연맹’은 20일 성명을 내어 “이번 판결은 멕시코가 공공보건을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대안적인 약물 정책을 세우는 데 또하나의 진전”이라며 반겼다. 이번 판결은 그러나 상급심의 합의부 재판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멕시코 국립보건국의 한 관리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청구인들의 코카인 흡입을 허용하라는 명령은 법원의 권한 바깥”이라며 불복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멕시코와 중남미 상당수 국가들에선 마약 카르텔들이 중독성이 높은 고가의 정제 코카인 밀매시장을 놓고 벌이는 살인과 폭력 범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멕시코에선 2006년부터 역대 정부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에만 3만3755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25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역설적으로 마리화나와 코카인의 부분 허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정부는 일부 약물의 점진적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집권당은 의회에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제출해둔 상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마약 #멕시코 #코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