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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옷을 사지 않았고, 나는 변했다

결심은 쉬웠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았다.

ⓒTANIA ARRAYALES

패션에 대한 나의 관심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더 강해졌다. 쇼핑몰에서 최신 유행 제품들을 살까 기웃거렸고 주말에는 보그나 엘르 잡지를 펼쳐 비교해 보았다. 엄마 구두를 몰래 꺼내 신어보는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1990년대가 됐다. ‘섹스 앤 더 시티‘가 TV에서 방영됐고 나도 애청자 중의 하나가 됐다.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와 당찬 친구들의 패션 감각은 탁월했다.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이 든 펜디 바게트백은 나와 내 20대 친구들에게 패션 감각이 뭔지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본보기였다.

우리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 답은 간단했다 - 더 많은 소비가 답이었다. 그 후 20여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대형 패션계 업체들은 우리의 욕구를 귀엽고 저렴한 물건들로 끊임없이 충동질했다.

내 통장이나 신용카드 청구서는 자라, H&M 같은 매장 이름으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잠깐 입다가 쓰레기가 되어 매립지로 향하는 그 업체들의 옷과는 달리 영원히 남을 기록으로서 말이다.

나이 서른이 되던 해인 2014년에 모든 게 바뀌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하였다. 가진 것 중에 남겨둘 가치가 있는 물건이 몇 개나 있는가? 누군가 패션은 자기표현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한번 입고 버리는 폴리에스테르 재질 의류로 옷장이 가득한 나는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물건들을 사고 모으는 데 낭비한 걸까?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소비성향을 바꾸는 게 목표였다. 그 물건들이 어디서 또 무슨 원자재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2015년에 나온 “The True Cost”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훨씬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계가 환경은 물론 의류를 만드는 사람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 다큐멘터리였다. 나는 그로부터 1년 동안 새 옷을 한 벌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심은 쉬웠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고비가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내 일상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몰랐다. 바니스 백화점의 새 매장이 오픈하는 날,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는 왠지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다. 옷장을 들여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아예 외출을 포기한 적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매장에서 새 옷을 손에 들고 나서는 순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듯환 중독적인 쾌감이 너무나 간절해졌다. 

시간이 답이었다. 조금씩 적응하는 나를 보았다. 힘든 하루를 쇼핑으로 보상받는 심리가 사라졌다. 심심할 때 늘 하던 아이쇼핑 버릇도 없어졌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패스트패션이 환경과 그 옷을 만드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물론 나 자신의 전체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내 에너지를 주기적인 운동과 더불어 무료 급식소와 초등학교 봉사에 쏟기로 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고 흡족한 삶에 도달하는 통로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無) 소비’의 해가 끝날 무렵 패션계와 나의 관계는 재정비가 됐다. 덕분에 무턱대고 소비하는 버릇도 없어졌다. 후회는 없다. 요즘은 옷을 사도 주로 빈티지 패션이나 중고 디자이너 패션을 찾는다. AdayOcelot Market의 지속 가능 제품도 가끔 산다. 자라 같은 매장에서 쇼핑하던 시절은 완전히 끝났다.

″새로운 것 사지 않기”라는 신념은 내 삶 다른 부분에서도 반영된다. 침대 시트와 수건, 속옷 같은 것은 지금도 지속 가능 브랜드 매장에서 새 것을 산다. 그러나 그 외 거의 모든 것은 - 가구에서 전기제품과 선물까지 - 중고 매장이나 인터넷 중고 매장을 통해 산다. 가장 중요한 건 옷 한벌이든 탁자 등이든 그저 뭘 사기 위한 소비 행위는 이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TANIA ARRAYALES

*필자 타니아 아라얄레스는 지속 가능한 삶과 패션에 대한 Sustainably Stylish 블로거이며 패션계의 지속 가능성과 착취 퇴출을 지향하는 환경단체 ‘내일의 패션’의 공동 창립자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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