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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대표가 사과한 날 택배 노동자 사망 소식이 또 전해졌다

간선차량 운전기사는 개인사업자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다

씨제이(CJ)대한통운에서 택배 간선차량을 몰던 노동자가 일터에서 쓰러졌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고인은 숨지기 직전 30시간이 넘게 일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 ⓒ뉴스1

2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씨제이(CJ)대한통운에서 근무하던 강아무개(39)씨가 지난 20일 밤 11시50분께 씨제이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강씨는 물류센터와 허브터미널, 서브터미널을 오가는 간선차량을 운행하며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강씨의 근무 상황을 확인해보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난다”며, “강씨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이며, 고질적인 택배 업계의 장시간 노동이 부른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유가족 등을 통해 확인한 근무 기록을 보면, 강씨는 10월18일 오후 2시에 출근했다가 다음날인 19일 오후 12시에 퇴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날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했다가 다음날인 20일 밤 11시50분에 터미널에서 쓰러졌다.

기록대로라면, 22시간 동안 연속으로 일한 뒤 5시간만 쉬고, 또다시 31시간 동안 연속으로 일하다 숨지는 등 그야말로 ‘살인적’인 근무 일정을 감당해온 것이다.

유가족은 강씨가 앞선 12일에도 오후 4시께 출근했다가 15일 오후 2시에야 집에 왔고, 덜렁 2시간만 쉰 뒤 다시 나가서 17일 오후 1시에야 퇴근했다고도 전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10.22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10.22 ⓒ뉴스1

대책위는 “간선차량 운행은 주로 야간에 불규칙하게 이뤄지는데, 고인은 배차명령이 떨어지면 집에서 쉬다가도 바로 출근해서 운행을 해야만 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물량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고인의 근무 시간이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병원에서는 고인의 사인을 “원인 미상의 심정지”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대책위 쪽은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들 가운데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꽤 있었다”고 밝혔다. “고인이 5년 전 심장과 관련한 수술을 한 적은 있지만, 이미 완쾌해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던 상황으로 파악한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고인은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만 운송하는 등 ‘전속성’이 매우 강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배송업무를 주로 맡는 택배기사 등은 특수고용직(특고)으로서 제한적으로나마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으나, 간선 운송을 주로 맡은 강씨의 경우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대책위는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 이외에도 택배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고된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씨제이대한통운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22일 발표한 CJ대한통운 대표의 사과문 전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근희입니다.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우선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보고 드리는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2020.10.22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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