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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3일 15시 54분 KST

공유로 되살리는 빈 공간

작은 집을 조립해 빌딩의 빈 공간에 집어넣는다

huffpost

이제 더 이상 대량 생산의 시대와 같이 공급하면 수요가 바로 따라붙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뒤 도시는 유휴공간의 등장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에 따라 수요는 항상 변화하게 마련이다. 어떤 지역이든, 작은 동네라 하더라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이 원하고 기대하는 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그 변화를 따라잡는 동네는 영화를 이어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공간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쇠퇴하는 공간인 빈 집이 많은 지역과 사람이 떠나려는 도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빈집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망가지는 것처럼 건물과 도시는 사람이 이용하지 않으면 금세 흉물로 변한다.

흉물로 변한 건물과 도시는 그 자체로 사람들을 밀어낸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불리는 심리적 이유 때문이다. 사람이 없다면 범죄가 일어나도 감시를 할 수도 없고, 따라서 쇠퇴가 가속화된다. 이것이 바로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로 제기되는 사회적 고민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유휴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기존의 수요가 사라진 공간을 다시 디자인해서 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끔 변형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일단 새로운 수요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에어비앤비

가장 큰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변화들일 터다.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이들의 특징은 1인 가구와 셰어하우스, 공유 사무실 등의 번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옛 건물이 가진 미학을 즐길 줄 아는 감수성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옛 도시 조직이 잘 남아 있는 공간은 관광지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이고, 관광형 도시재생이 적용되기에 적합하다. 핫플레이스로 조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박용 건물 자체도 다른 어떤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 가지고 있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숙박시설은 에어비앤비라는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에 등록하기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지의 외국인들에게 창구가 활짝 열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공간적 매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거대한 수요와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연남동과 경리단길 등에서 등장한 핫플레이스 현상은 관광형 도시재생으로 손쉽게 치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핫플레이스에서 동반되는 부작용인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감안하면, 산업형 재생과 같이 다른 대안이 통하지 않는 쇠퇴한 도시나 소멸 중인 도시에 적용하거나 변화의 최대 폭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 고령화로 쇠퇴하고 있는 일본의 요시노가 도시재생에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는 사례는 앞으로 많은 도시에서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명백히 쇠퇴의 길로 향하는 도시 외에도 일시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공간도 분명 존재한다. 일시적으로 빈 공간이 생기는 시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도시 전체의 쇠퇴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대중이 건물을 잘 활용하고, 다시 사람이 모인다면 빈 공간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건물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을 때에 대비해 영국의 자산관리 회사인 로위 가디언(Lowe Guardian)은 ‘셰드’(SHED·‘Shared’의 일부를 따 만든 이름)라는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거주를 위한 작은 집을 조립해 빌딩의 빈 공간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셰드는 이케아 가구처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손쉽게 설계되어 있는 조립식 구조의 집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든지 해체하고 하루 만에 다른 곳에 다시 설치할 수 있어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싼 가격으로 집을 빌려 이용할 수 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급가능한 거주’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로위 가디언 측은 셰드가 영국 런던의 일반적인 임대료 수준의 50%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제시한 사례 두가지는 쇠퇴한 도시에서 새 수요를 잡아내는 여러 방법 중 일부일 뿐이다. 두 방법 모두 기존 자원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인 공유경제의 논리가 숨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불도저로 땅을 밀고 새로운 건물을 세워 올리는 대대적인 개발 방식이 적합하지 않은 지금 도시재생을 위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공유경제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