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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6일 13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9월 26일 13시 39분 KST

2020년 추석, 취준생들의 '혼추'를 기원하며 추천하는 4가지 테마 영화·드라마

알아두면 언젠간 쓸모 있을 ‘진짜’ 회사 생활을 보고 싶다면?

Frank Bienewald via Getty Images
미얀마 모니와 불상

″얘, 옆집 예수는 취직했다더라~”

″아 쫌!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막 ‘이것만 보고 공부해야지‘라고 굳게 결심했거늘 ‘너 언제까지 그거 보고 있을래’란 소리를 들으면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성격파탄 증상,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루종일 공부했는데 잠깐 쉬었다고 그런 소릴 들으면 억울하기까지 하겠죠. ‘아니, 필요해서 보는 거라니까?’라며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얘가 뭘 하는지 모르니 마냥 노나 보다 싶은 주변인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신입이고 경력이고 내 자리 하나 찾기가 그토록 힘든 취준생의 일상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취준생에게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은 ‘매일‘이겠지만, ‘가장 짜증나는 시간’이 언제냐 묻는다면 아마 ‘명절’이란 답이 가장 많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숨만 쉬어도 가시방석인데, 일 년 내내 데면데면했던 사람들까지 등장해 핏줄을 무기로 잔소리 난타전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 명절 풍경이기 때문이죠. 식어 있던 친척들 사이 혈연이 갑자기 마그마처럼 끓어 오르는 시기입니다. 칼부림부터 이혼 소송까지, 집안 싸움이 급증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특히 단순한 근황 토크도, 어쩌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경험담도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을 취준생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절실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다만 카페 도피도 여의치 않지만, 전국적으로 형식적 친척 모임을 지양하는 상황이기도 하니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군요.

온전한 ‘혼추(혼자 추석)’가 허락되길 기원하며, 취준생들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를 4가지 테마로 추천해 드립니다.

 

tvN
tvN '청춘기록'

 

1. 가장 최신의 취준생 스토리를 보며 공감하고 싶다면

: tvN ‘청춘기록’,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분명히 두 드라마 모두 ‘청춘 멜로‘인데, ‘청춘기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첫 방송부터 눈물을 줄줄 나게 합니다. 밖에서야 ‘넌 안될 놈‘, ‘그 나이 먹고 뭐했냐’는 얘길 듣고 상처는 받을 지언정 내 편이 있다면 견딜만 할 겁니다. 하지만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친구에 가족까지 돌아설 때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심정이겠죠. ‘청춘기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들이 가족과 대면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서글픕니다.

이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이 일들로 밥이나 벌어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열정과 젊음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 같습니다. 성취 없이 시간은 흐르고, 이젠 자신에 대한 믿음도 사라져갑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지지해줬으면 좋겠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나도 나를 믿을 수 없고, 남도 그럴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믿음을 갈구하는 스스로에 대한 비참함이 커져만 갑니다. 별것 아닌 말들도 칼로 푹푹 찌르는 듯 아프게 다가옵니다.

재능과 스타성이 무기인 업계의 이야기이지만 보통 취준생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괴리 같은 건 그저 그럴싸한 말로 들릴 정도로, ‘할 일’ 조차 찾기 힘든 게 현실인 탓일 겁니다.

 

2. 알고 싶진 않지만,

생각해두면 쓸모 있을 ‘진짜’ 회사 생활을 보고 싶다면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KBS 2TV ‘회사 가기 싫어’ 그리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혹은 ‘연애의 목적’

 

‘내일을 위한 시간’은 극 영화지만, 피 한 방울 보이지 않고도 사람 피를 말리는 생활 밀착형 스릴러 같기도 합니다. 우울증으로 회사를 쉬었던 주인공이 복직을 하기 며칠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주인공을 해고하는 대신 남은 사람들에게 보너스를 주겠다는 사측의 제안이 있었고, 이에 대다수의 직원들이 동의했다는 것이 전화 내용입니다.

다만 주인공의 해고를 결정한 투표가 불공정했다는 제보에, 돌아오는 월요일 재투표를 하기로 결정됩니다. 주인공이 전화를 받은 건 주말이니 이틀 동안 동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영화는 20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회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의 개인들이 보유한 자기 세계와 그 정당성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해고를 택한 직원에게 ‘보너스 130만원을 받겠다고 같이 일하던 동료를 내치냐’는 등의 비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당장 10만원이 아쉬웠던 사람들은 보너스에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거 월급 뺏어서 일하는 사람들 나눠 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죠. ‘내일을 위한 시간‘은 이해 관계도, 사람 간의 정도 존재하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정의가 충돌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립니다. 한국 영화 ‘회사원‘이나 ‘오피스‘가 낭자한 유혈로 전쟁 같은 회사 생활을 묘사했다면 ‘내일을 위한 시간’은 대화 만으로 살 떨리는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반면 ‘회사 가기 싫어‘는 지난해 7월 KBS 2TV에서 방송된 12부작 모큐멘터리인데, tvN ‘미생‘보다는 NBC ‘오피스‘나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 가깝습니다. 드라마적 색채가 빠진 대신 보다 현실적 주제와 코믹한 터치로 공감대를 형성하죠. ‘세 개의 눈‘이라는 코너는 주제별 외국의 사례까지 보여주니 공익적이기까지 합니다. 취준생 사전 교육교재로 쓰고 싶을 만큼 생생하지만, 특히 ‘루머’ 편과 ‘사내연애’ 편은 압권입니다.

여기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와 ‘연애의 목적‘을 함께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복창해야 할 ”회사는 밥줄이다”라는 명언과 궤를 같이 합니다. 특히 여성 취준생들께 향후 입사시 다각도로 들어올 추근댐 공격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사내연애에 신중해야 하는 배경들이 이 두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남성 취준생들은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를 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습니다.

 

3. 너무 거창한 꿈과 희망이 부담스럽다면

:영화 ‘프란시스 하’, ‘소공녀’

 

취준생 추천작으로 ‘프란시스 하‘를 선정하며 이 영화가 또 재개봉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첫 개봉 후 8년 사이에 몇 번이나 재개봉을 반복하는 건 단지 ‘프란시스 하’의 배경인 뉴욕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다룬 영화 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건 ‘인턴‘, ‘굿모닝 에브리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정도죠. 하지만 당장 일할 의지조차 잃어가게 하는 상황에서 노인과 열정과 워커홀릭을 희망으로 제시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선에서 만족하거나 아예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안주하는 삶을 현실적이라고 말해서도 안될 것 같습니다.

‘프란시스 하‘와 ‘소공녀‘의 주인공은 ‘좋아하는 것‘이라는 얼핏 거창해보이는 꿈을 현실의 크기로 줄여내는 연습을 합니다. 전자는 ‘좋아하는 것’ 곁을 절대 떠나지 않으려 했고, 후자는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포기합니다. 점점 모양이 잡혀 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타협이란 딱딱한 단어로 부르기는 아깝습니다. 가장 몽상가인데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사는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와 ‘소공녀’의 미소는 과연 어떻게 됐을지 영화로 확인해 보시죠.

IFC필름스
영화 '프란시스 하'

 

4. 아예 현실에서 도피해버리고 싶다면

: 꿈과 환상의 디즈니 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무비들, 웨이브의 ’007′ 시리즈

 

취준 생활이고 회사 생활이고 꼴도 보기 싫다면 현실 도피의 대명사 디즈니 월드를 추천해야겠죠. 1937년 ‘백설공주‘부터 거슬러 올라오다 보면 추석 연휴도 모자라겠습니다. 여기에 디즈니 새 식구가 된 마블 히어로들까지 합세하면 현실로 돌아오는 게 힘들어질 것 같네요. 다만 공공연한 비밀인 디즈니 플러스 한국 상륙 이슈와 맞물려 지난달 30일부로 넷플릭스에서는 대부분의 디즈니 작품들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작품 수는 적지만 ‘뮬란‘, ‘프린세스 다이어리‘,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을 보유하고 있는 왓챠로 가셔도 좋을 듯하네요.

 

넷플릭스
영화 '키싱 부스2'

 

넷플릭스 밖에 구독하지 않는 분들에겐 세계 각국의 오리지널 하이틴 무비를 추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키싱부스’인데요. 보고 있노라면 ”떼잉~ 라떼는 말이야”하면서 주인공들을 당장 붙잡아 놓고 야자를 시켜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샘솟습니다. 유교걸 유교보이들은 겪어 본 적 없는 세계를 막장 드라마 보듯 욕하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웨이브에서는 스파이물의 대명사 ’007′ 시리즈를 1963년 ‘살인번호‘부터 2015년 ‘스펙터‘까지 전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올 11월 개봉을 확정한 25탄 ‘노 타임 투 다이’를 기다리는 동안 좋은 복습의 시간이 되겠네요.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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