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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설명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법정구속 사유

그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은 "너무도 큰 충격"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3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3 ⓒ뉴스1

“단 한번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 적이 없고, 범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하는 임정엽 부장판사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그는 정 교수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자신의 딸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로 보이게 할 목적으로 자신과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며 “대학 입시부터 의전원 입시까지 이어진 범행 동기나, 목적 달성을 위해 구체화되고 과감해진 범행 방법 등에 비춰 볼 때 범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범행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훼손했다고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오랜 시간 동안 성실히 준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서울대 의전원, 부산대 의전원에 응시했던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입시비리 관련 사건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 요구와 실제 유사한 사건들의 형량을 비교해도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 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 수행에 대한 요청 등을 회피했다”고 일갈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 “청문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입시비리 혐의에 관해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 정 교수와 다른 주장을 했던 사건 관련자들이 정 교수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법정구속할 때는 재판장이 “증거 인멸의 위험성이 있다”고 간단하게 사유를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약 4분간 법정구속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에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정구속이 합당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는 듯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법정구속 사유로 인정했고 정 교수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허위 진술을 권하는 등 증거 인멸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다시 구속되는 상황이 되자 정 교수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재판장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정 교수는 잠깐 머뭇거린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변호인이 대리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재판장이 안 된다고 하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고 법정 경위의 안내에 따라 구치감으로 향했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심 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법정 구속된 가운데 정 교수측 김칠준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3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심 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법정 구속된 가운데 정 교수측 김칠준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3 ⓒ뉴스1

선고 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면서 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피고인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실체적 진실이 부정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검찰의 주장과 정황 증거만 나열돼 추측과 예단이나 의심을 갖고 유죄 판결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1심 판결 결과, 너무도 큰 충격입니다.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입니다.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봅니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습니다”라고 썼다.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사건을 담당한 검찰 수사팀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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